배국환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2부 정부살림 확대냐 축소냐
우리 사회의 큰 정부와 작은 정부, 증세와 감세, 성장과 분배의 논쟁들을 따지고 보면 종국적으로 ‘우리의 장래에 대한 정부의 역할’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도 이런 논의가 본질에서 벗어나 인기 영합적이고 정파적 이익의 관점에서 단기적 시각으로만 전개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우리나라가 큰 정부인지 사실 관계를 정리해 보자. 정부규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재정규모, 복지수준, 공무원 수 등 각종 통계를 비교해 볼 때 의심의 여지없이 작은 정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조세연구원에서 분석한 정부규모에 대한 국제비교지수(ICGE)는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지수가 100 이하이면 작은 정부에 속하는데 우리는 76 정도에 불과했다. 스웨덴 등 복지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100 이상으로 큰 정부에 해당한다.
현 정부를 막연하게 큰 정부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지엽적으로 공무원 수 몇 명 늘고 고위직 몇 자리 증가된 것 가지고 큰 정부라고 침소봉대 하는 것은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
다음은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기 때문에 정부 개입은 줄이고 가급적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비효율성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비효율은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이다. 오늘날 민간 부문이 크게 성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가 새롭게 역할을 해야 할 것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양극화 문제를 성장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경제구조의 변화도 이해해야 한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성장이 고용을 창출하고 소득이 증가되어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그런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IT기술의 발전과 중국으로의 기업 이전 등에 따라 고용 없는 성장이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보살피고 재기를 돕는 것은 시장이 해주지 않는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훈련을 시키는 것은 정부의 몫인 것이다.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논의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찾는 일이다. 우리는 아직 큰 정부의 문턱에도 못가 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신입생이다. 국민들은 해야 할 일을 효율적으로 잘 하는 정부를 원하고 있다. 할 일을 못하는 작은 정부에만 집착하지 말고 불필요한 규제는 줄이되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배국환/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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