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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지역 암환자 상경 이유 “서울 의사는 다를 거야” [영상]

등록 2023-02-07 08:00수정 2023-02-13 14:20

서울로 가는 지역 암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① 대형병원 옆 환자방

188명 설문결과 살펴보니
‘높은 병원 인지도’가 뒤이어
지역 의사·병원 신뢰도 낮아
서울의 한 대형병원으로 요양병원 차량이 환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서울의 한 대형병원으로 요양병원 차량이 환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서울은 다르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지역에서도 유방암 치료는 비슷하다고 하는데….”

경북 포항에 사는 유방암 환자 이숙경(가명·44)씨는 6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굳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까지 와서 치료받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해마다 비서울권 암 환자 10명 중 3명이 ‘서울행’ 여정에 오른다(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인원 기준). 의료계에서는 소아암처럼 의료진이 부족해 서울에서 치료받을 수밖에 없는 암이 있는 반면, 위암·유방암 등 국내에서 빈발하고 치료법이 표준화돼 있는 암은 지역도 치료 수준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2021년 서울에서 진료받은 유방암 환자 다섯 중 넷이 비수도권 거주자일 정도로, 서울 쏠림이 심각하다.

비수도권 환자들은 왜 사는 지역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체력 저하와 경제적 부담을 감내하며 서울 병원을 찾을까. <한겨레>는 그 원인과 대안을 찾기 위해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15~18일 서울로 온 비수도권(서울·경기·인천 제외 거주자) 암 환자(보호자 대리 응답과 복수 응답 가능) 24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유효 응답자는 188명(이하 응답자)이었으며, 김영애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부센터장과 함께 이를 분석했다.

암 환자들이 거주 지역 내 의료기관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신뢰도가 낮다는 말로 집약된다. 응답자 중 50%인 94명이 ‘암 관련 의료진이 부족하거나 부족한 것 같아서’, 13.8%인 26명은 ‘최신 의료장비를 이용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지역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부센터장은 “비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인력 수급이 차질이 없도록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필수의료 부족에 홍보 부족까지 더해지면서 암 환자들은 지역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 응답자 56.4%(106명)가 ‘의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서’ 거주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작은 병원 규모(14.8%), 낮은 병원 인지도(14.3%) 역시 신뢰도와 관련된 답변이었다.

거주 지역 병원을 택하지 않은 전국의 암 환자들이 유독 서울로 모이는 가장 큰 이유도 결국 의료진과 병원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였다. ‘현재 암 치료 받는 서울의 의료기관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66%인 124명이 ‘유명 의사를 비롯한 의사의 전문성’을 꼽았다. ‘높은 병원 인지도’(37.2%), ‘암 전문기관이라서’(26.1%), ‘가족·지인의 추천’(26.1%), ‘최신 의료장비 이용이 가능해서’(17%), ‘큰 병원 규모’(11.7%)가 뒤를 이었다. 유명하고, 전문성 있고, 최신 의료장비로 치료받을 수 있는 큰 병원을 선택한 셈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인근 고시텔에 머물며 치료를 받는 이숙경씨는 “암이라면 무조건 큰 병원 가고 싶은 게 사람들의 마음이고 저도 그렇다. 생명과 직결되니까, 비용이 부담되지만 ‘지방’ 병원보다는 아무래도 서울을 찾게 된다. 그중에서도 ‘빅5’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 직장에 다니는 배우자를 고향에 두고 홀로 서울로 왔다. 전북 익산에서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로 치료를 받으러 온 자궁암 환자 박은숙(63)씨는 “지역에서 치료받을 생각이 있었는데, 아들이 ‘명의’에게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크고 유명한 병원·의사’ 선호는 언론 홍보 마케팅의 영향으로도 풀이된다. 김 부센터장은 “수도권 병원이 마케팅 등 방법으로 매스컴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다. 반면 지역 의료기관들은 서울 대형병원보다 전문성 홍보에 대한 마케팅이 적은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역 암 환자 3명 중 1명 이상은 서울 치료 시 요양병원이나 숙박시설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요양병원 및 협력병원 등 의료기관에 입원한다고 답한 경우는 40명(21.3%), 호텔·단기원룸·셰어하우스, 환자방 등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는 29명(15.4%)이었다. 합하면 서울로 오는 환자 중 36.7%가 주거비 추가 지출이 소요되는 병원과 숙박시설에서 지내는 것이다. 자녀·친척·지인의 집에서 지내는 환자가 36.2%였고, 자택 통원치료는 24.5%였다.

서울에 치료를 받으러 온 암 환자의 한달 평균 가구소득은 453만61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6만9천원(통계청)인 것을 고려하면, 평균에 조금 못 미친다. 지역별로는 대전·세종·충청 43명(22.9%), 대구·경북 43명(22.9%), 부산·울산·경남 43명(22.9%), 광주·전라 34명(18.1%)이었다. 응답자 90.4%가 실손보험에 가입한 상태였고, 평균 나이는 52.7살이었다.

●자문 주신 분들(가나다순)

강정훈 국립경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권정혜 세종충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김세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김영애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부센터장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임정수 국립암센터 국가암사업관리본부장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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