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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지역암센터 컨트롤타워 역할, 사업비 2억 족쇄부터 풀어야”

등록 2023-02-16 05:00수정 2023-02-16 11:52

서울로 가는 지역 암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④ 지역 필수의료 해법
서울의 한 대형병원 로비,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서울의 한 대형병원 로비,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3명 중 1명. 2022년 발표된 ‘2020년 국가 암 등록 통계’ 기준, 한국인이 기대수명인 83.5살까지 살 경우 암을 겪을 비율(37%)이다. 23명 중 1명. ‘1999~2020년 암 발생 통계’ 기준, 한국인 5100만여명 중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완치된 사람을 뜻하는 유병자는 228만명(4.5%)이다. 누구나 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은 어디에 살든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런 보편적인 믿음이 깨진 지 오래다. 환자들은 체력적 부담과 통원·체류 비용을 감수하며 일단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대형 병원으로 향한다. 수도권 병원은 갈수록 대형화되고 지역 병원은 환자 감소로 인력과 시설 확충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한겨레>는 지난 7일부터 3회에 걸쳐 ‘서울로 가는 지역 암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를 통해 수도권 암 환자 쏠림 현상을 조명하고 원인을 분석한 데 이어, 전문가들에게 이를 개선할 필수의료·의료전달체계의 해법을 물었다.

의료 인력·시설 확보 대책 마련해야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15일 <한겨레>에 암 환자가 서울로 향하는 큰 이유로 일부 특수 의료 분야의 질적인 격차를 꼽았다. 다발암이 아닌 소아암·희귀암은 지역 환자 수가 적어 지역 병원 의사와 치료 장비 등이 부족하고, 이런 암에 걸린 환자들은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지역에 소아암 전문의가 1명인 곳이 많은데, 혼자서는 입원 환자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의료진 여러명을 모아 지역 거점을 만들어야 다학제 통합 진료(여러 분야 전문의가 팀으로 협진하는 것)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더욱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표준 진료지침’으로 지역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대부분의 암도 전문의 50% 이상이 이미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지역에서 잘 치료할 수 있는 다발암조차 앞으로 지역 병원에서 치료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지역 수가를 통해 지역 병원과 의료진에 보상 확대 △소아 중증환자 거점병원 지정 △지역 필수의료 분야 병원 간 협력 지원 △지역 의대 전공의 배치 비중 상향(수도권 대 비수도권 전공의를 6 대 4에서 5 대 5로) 조정 등 방안을 제시했다.

수가부터 전공의 배치까지 종합적인 대책인 듯 보이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역부족이라 평가한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정책관리학)는 “병원이 수익으로 경쟁하는 시스템에서는 어느 지역, 어느 과 부분만 해결해서는 바꿀 수 없는 ‘두더지 잡기’ 게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보건경제학)는 “현재 부족한 필수의료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정 수가를 높일 것이 아니라, 최소 의사 1천명을 늘리는 등 절대 숫자를 늘리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암센터 활성화로 효율적 운영을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의료 인력 충원과 더불어, 거점 병원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효율적인 운영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윤 교수는 “지역에서 암 환자를 보는 병원의 수 자체는 늘었는데, 모든 병원이 암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만큼의 인력이나 시설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역에서도 어떤 병원은 여성암, 어떤 병원은 폐암이나 대장암, 어떤 병원은 심장 수술 등 핵심 기능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국 12개 지역에서 지역암센터를 운영하는데, 김 교수는 이들 암센터가 병원별로 핵심 분야를 조정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부 역시 2021년 ‘제4차 암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한 이후 줄곧 지역암센터 중심으로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의료전달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정부가 12개 지역암센터 1곳당 책정한 연간 사업비 예산은 2억원에 그친다. 2007년 암센터에 사업비 지원을 시작한 이후로 16년째 동결된 금액이다. 인력도 지역암센터별로 4명에서 7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46%가 비정규직이다. 팀장을 빼고는 팀원 전원이 비정규직인 곳도 2곳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암센터와 의료기관에 정부 예산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차 의료기관이 국립암센터와 연계해 환자들이 지역에서도 꾸준히 건강관리를 받게 한다면, 사회경제적 비용과 지역 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상경치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되리라는 진단이다. 김진현 교수는 “2004년 케이티엑스(KTX) 개통 당시 화순전남대병원이 최신 시설로 문을 열었다. 주변 환자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로 적게 이동했다”며 “지역 국립대병원 암 치료센터가 국립암센터 수준이 될 수 있게 시설과 인력을 대폭 지원해야 서울 집중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훈 경상국립대병원 교수(혈액종양내과, 경남지역암센터 연구부장)는 “지역암센터 지원금은 조그만 연구 과제 하나 규모보다 적은 금액이다. 행정적 금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암 관련 정책을 시행할 때 입안 단계부터 권역 기관의 의견이 필수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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