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인권·복지

건보 자격 인정받은 동성부부 “결국엔 사랑이 이긴다”

등록 2023-02-22 07:00수정 2023-02-22 22:23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동성 부부 김용민(오른쪽)·소성욱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동성 부부 김용민(오른쪽)·소성욱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들은 사랑의 힘을 믿고 있었다. 21일 부부지만 동성이라는 이유로 직장가입자인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판결이 나온 직후, 소성욱(32)씨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결국엔 사랑이 이긴다고 믿었다. 앞으로도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더 많이 시도하고 부딪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씨의 배우자인 김용민(33)씨도 “법정에서 승소했다는 판결이 나오자마자 눈물이 절로 흘렀다. 아직 실감이 안 나서 어안이 벙벙한데 점점 더 행복해질 것 같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날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소씨가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두 사람은 이번 판결로 “우리의 존재를 인정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소씨는 “그동안 한국 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는 성소수자 시민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을 넘어서서 마치 이 사회에 없는 존재처럼 ‘무대응’해왔다.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에게도 존엄이 있음을 인정받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씨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이제는 소수자의 현실을 헤아릴 수 있는 지점까진 왔구나 느꼈다”며 “이번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은 ‘평등의 원칙’을 주요하게 다뤘다는 점이 의미 있다. 저는 이것이 사법부가 실현해야 할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혼인이란 우리 법상 여전히 남녀의 결합이다. 동성혼의 인정 여부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판시한 바 있다.

지난 3년 동안의 재판 과정에서 소씨 부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자신들이 평범한 부부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입증해야만 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재판부에 결혼식 사진, 하객 방명록, 통장 사본, 지인 인터뷰 등 둘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소씨는 “이성 부부였다면 주민센터에 가서 혼인신고만 하면 저절로 처리되는 일을, 우리는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증거를 제출하며 (부부란 사실을) 증명해야 했다. 그 과정 자체가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둘의 관계를 의심하는 질문, 부정하는 발언도 견뎌야 했다.

둘은 법정 다툼이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용기를 낸 것은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 소송은 우리 둘만의 소송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한국 사회에 살아가는 수많은 동성 커플에게 ‘우리도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용민) “우리는 분명히 존재하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강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 싸울 겁니다. 결국엔 사랑이 이길 거라고 믿기에 포기하지 않겠습니다.”(성욱)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 대통령 모교’ 서울대 교수들 “사죄의 심정”…525명 시국선언 1.

‘윤 대통령 모교’ 서울대 교수들 “사죄의 심정”…525명 시국선언

3배 무거운 눈 ‘습설’이 덮친 600년 천연기념물…백송 부러져 2.

3배 무거운 눈 ‘습설’이 덮친 600년 천연기념물…백송 부러져

천주교 신부 1466명 “윤석열에 파면 선고” 시국선언 3.

천주교 신부 1466명 “윤석열에 파면 선고” 시국선언

한동훈 ‘도로교통법 위반’ 신고…“불법정차 뒤 국힘 점퍼 입어” 4.

한동훈 ‘도로교통법 위반’ 신고…“불법정차 뒤 국힘 점퍼 입어”

의사·간호사·약사 1054명 “윤석열 정책, 국민 생명에 위협” 5.

의사·간호사·약사 1054명 “윤석열 정책, 국민 생명에 위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