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이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이 인구 위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15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부처마다 분절된 정책을 추진한 탓에 효과가 떨어졌다는 진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매달 내는 <보건복지포럼> 3월호를 26일 보면, 김 부위원장은 기고문에서 “유례없는 초저출산 장기화, 고령화 가속화로 인한 인구구조 불균형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중대한 의제”라며 “최근 15년 동안 약 280조원의 재원을 투입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초저출산 추세 반전에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은 2002년 1.18명으로 떨어진 이후 20년 동안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 상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이 수치가 0.78명까지 내려갔다.
김 부위원장은 “출생아 수 감소는 순차적으로 학령인구·병역자원·생산인구·총인구 감소·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급속한 고령화는 연금·의료비·돌봄 비용 등 고령 인구 부양비용을 증가시키며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봤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그는 그간 출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지원책들이 국민의 필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부위원장은 “2013년 전 계층 무상보육이 실시된 이후 보육 재정 및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양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 현금수당도 확대됐다”면서도 “같은 세대라 해도 성별·계층·거주지역 등 집단 차이에 따라 저출산 정책에 대한 요구는 상이하다. 다양한 요구에 대한 섬세한 맞춤형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저출산 대책의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점도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 부처들이 조율 없이 저마다 자기 소관의 대책을 추진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김 부위원장은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은 정책 체감도, 정책 효과성 모두 떨어뜨린다. 부처별 개별 사업을 제시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 전략적 과제 중심으로 묶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정책 거버넌스(결정구조) 측면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며 “향후 위원회는 중장기적 인구구조·인구집단별 가치·정책 수요 변화 등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과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저고위는 조만간 정부 합동으로 저출산 종합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정책 기조와 부처별 세부 방안이 여기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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