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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2055년 바닥난다는데…내가 낸 국민연금 괜찮을까?

등록 2023-04-02 14:54수정 2023-04-02 16:34

지난 1월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고객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고객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산율 제고에 의한 인구구조 개선 및 경제상황 개선이 장기적 재정안정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31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과 함께 이런 의견을 내놨다. 갈수록 하락하는 출산율과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상황 개선을 ‘변수’로 언급할 만큼 기금 소진을 막을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현실을 에둘러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 나는 시점은 5년 전 전망(2057년)에서 다시 2년 빨라졌다. 이 때문에 ‘미래엔 결국 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려는 노력 못지않게, 기금이 바닥나는 게 언젠가 현실이 될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공적 노후소득 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금 아니어도 괜찮은 나라들

국민연금은 불과 35년 전인 1988년 1월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만 있고 수급자는 없었다. 이후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은 1인 이상 고용 사업장까지 확대됐고, 가입자가 늘면서 기금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하는 기금 적립금만 890조원에 달한다. 2020년에는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규모(45.1%)는 전 세계 연금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연금 제도가 우리처럼 꼭 많은 기금을 쌓아둬야 하는 건 아니다. 미국·독일·스웨덴·일본·캐나다 등도 한때 상당 수준의 기금을 쌓아 놨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등 영향으로 지금은 적립기금이 거의 없는 상태로 운영한다. 기금은 어디까지나 연금 지급을 위한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다. 연금 제도의 목적은 안정적으로 기금을 쌓아두는 게 아니라, 국민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국민연금법 제1조)을 위해 결국 써야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기금 0원’ 무슨 일 생길까

연금 제도를 먼저 시작한 국가들은 적립 기금이 감소한 뒤, 필요한 비용을 해마다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충당(부과방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건강보험을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을 지급한다면 얼마나 내야 할까? 올해 기준으로 가입자들은 월 소득의 6.0%(보험료율)를 내면 된다. 다만 2078년엔 보험료율이 약 35%는 돼야 한다. 기금이 소진되면 월 소득의 35%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보험료 폭탄’ 주장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런 주장은 국민연금이 현행 제도 그대로 2078년까지 유지됐을 때 얘기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과)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일하는 18∼59살의 노동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앞으로는 그 이상 고령층도 일할 수 있는 시대”라며 “연금은 복지제도라는 인식 아래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연착륙 가능할까

정부가 국민연금의 향후 70년 장기 재정을 전망하는 건, 기금이 언제쯤 사라지나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재정 추계는 현행 제도 아래서 앞으로 어떤 변수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고, 변화에 대비하는 작업이다. 실제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기금 소진 시점이 5년 전보다 2년 빨라진 데 대해 “5년 전 예상한 것과 견줘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률 전망 등이 연금 재정에 조금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도 연금제도 유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기금 소진 시점은) 경제성장률 등 변수 영향으로 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어 이번 발표에서 ‘2년’이란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며 “다만 기금이 소진된 이후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율 등은 불안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는 건 필연적이라고 본다”며 “어느 정도 속도와 수준으로 연착륙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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