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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간호조무사가 ‘의사 주도 파업’ 동참 왜…“고졸 제한 풀어달라”

등록 2023-05-02 05:00수정 2023-05-03 17:04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3일째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3일째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간호법 제정안 국회 통과 이후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한 보건의료단체들이 연일 집단 진료거부를 예고하는 가운데, 간호조무사들의 동참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의협 소속 개원의나 전공의의 경우 2020년 집단휴진 당시보다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에서는 2만명이 연차휴가 등을 쓰는 방식의 항의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지역사회’ 네 글자가 포함된 간호법 목적 자체를 반대하는 반면 간무협은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고졸’로 묶어둔 간호법 조항 수정(현재 의료법과 동일)을 주장하고 있다. 간호인력의 업무범위·처우 개선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간호법을 제정한 만큼, 법 시행 과정에서 간호조무사들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협·간무협 등 13개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3일 오후 5시30분 서울 국회 앞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위한 규탄대회’를 연다고 1일 밝혔다. 각 단체 회원들이 이날 오후 연차를 쓰거나, 오전 진료 뒤 결의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의료연대는 2일 향후 집단행동 돌입 여부와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집단 진료거부가 현실화될 경우 간호조무사 참여 규모에 따라 의료 현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간무협은 권역별 회원들이 순차적으로 연차를 쓰는 방식으로, 국내 23만명의 간호조무사 중 2만명이 집단행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원급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인력 중 80% 이상이 간호조무사다.

반면 의협은 구체적인 파업 참가 규모나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들의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 의원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면 복지부 장관 등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지만, 의료인으로 분류되지 않는 간호조무사는 행정명령 대상이 아니다. 다만 대부분 의원급 병원에서 개별적으로 일하는 간호조무사들이 실질적으로 집단행동에 참여하기 어려울 거라는 예상도 있다.

간호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간호조무사들은 자격 기준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현행 의료법은 간호조무사의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고교 졸업자”로 제한하는데, 간호법 역시 동일하다. 간무협은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고교 이상 졸업자”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충분한 의료 지식·훈련을 갖추려면 간호조무사 양성을 위한 2년제 대학 학과 등이 신설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특성화고 졸업자가 아니면 이런 2년제 대학 교육과정이 생기더라도 학원 수강을 따로 해야 국가시험을 볼 수 있다.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높아져야 의료 현장에서의 지위나 처우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게 간무협 쪽 입장이다.

반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는 1960년대 서독으로 간호인력을 보낼 당시 서독의 간호보조원 제도에 맞춰 만든 것”이라며 “고교 졸업 학력이면 충분하며, 2년제 간호조무학과 등은 (교육·인적 자원의) 낭비”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간무협은 간호조무사 자격 기준을 수정한다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간무협 한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들은 이 문제가 해결되면 간호법에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다”며 “여야가 의료법이나 간호법을 수정해 학력 제한을 풀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하는 해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도 “국내 의료 현장에서도 간호조무사 역량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며 “보건의료 각 직역이 서로의 처우 개선을 자신들의 손해로 인식하는 ‘제로섬’ 대결에서 벗어나, 중복된 업무범위 등을 인정하는 논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호성 임재희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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