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살해·학대 위험에 처한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 추진에 나섰다. 병원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 사실을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출생통보제의 경우 사회적인 공감대가 모아졌지만 산모가 신원을 감추고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거세다. 보호출산제가 필요하다는 쪽은 ‘병원 밖 출산’ 위기에 처한 산모와 아동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아동이 친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자칫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보호출산제에 앞서 미혼 부모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임신·출산·양육 등에 걸쳐 여성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보건복지부는 출생통보제만 도입할 경우 신원 노출을 꺼리는 이들의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12월 발의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을 보면,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자 하는 임산부는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뒤 익명으로 출산을 할 수 있다. 자녀 양육을 원치 않으면 친권을 포기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아이를 인도해 입양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부모 신원은 비공개되는데, 아동이 성장해 진짜 부모를 찾을 때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인적 사항이 공개된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선임매니저는 <한겨레>에 “한국이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부모를 알고 부모에게 양육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보호출산제는 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출산제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프랑스와 독일 등에선 임신중단 선택 폭이 한국보다 넓고 임시 초기부터 상담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사회문화적 토양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출생통보제를 비롯해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우선 도입한 뒤 그 영향을 평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미혼모들의 양육 결심과 포기는 ‘한끗’ 차이로 이뤄진다”며 미혼모에 대한 지원도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보호출산을) 제도화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아 방임·학대 상당수는 정부와 지자체의 촘촘한 지원과 관찰이 이뤄진다면 막을 수 있는 사건”이라며 “아이를 낳고 직접 기를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부모와 아동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