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서도 ‘한류’ 필요하다는데…
“사형제 문제에서 일본은 저능아 수준이나 다름없다. 문화 뿐아니라 인권과 형사소송 분야에서도 ‘한류’가 필요하다.”
20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미나토합동법률사무소에서 만난 일본변호사협회 ‘사형집행정지 실현위원회’ 야스다 요시히로(58) 사무국장은 인터뷰 내내 “범죄자 인권보호 측면에서 한국이 일본을 훨씬 앞서가고 있다”며 “한국이 부럽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사형제 폐지 법률이 국회에 세번이나 제출됐지만, 일본에선 사형집행을 정지하도록 하는 법률조차 상정되지 못한 것도 단적인 사례라고 그는 덧붙였다.
일본에선 의원 80여명으로 구성된 ‘사형폐지를 위한 의원연맹’과 시민단체인 ‘사형폐지포럼90’, 종교단체, 변호사연합회 등이 주축이 돼 사형반대 운동을 펴왔다. 폐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워 우선 사형집행 중지를 요구하는 단계적 접근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사형제 폐지 주장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야스다 변호사는 안타까워 했다.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 등의 영향으로 1990년께 15%였던 폐지 여론은 절반으로 떨어졌고, 존치 여론은 60%에서 80% 이상으로 늘었다. 사형 확정자도 당시 40명에서 두배로 늘었다. 스기우라 세이켄 법무상은 지난해 취임 직후 사형집행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가 정부의 거센 압력으로 1시간만에 발언을 철회해야 했다. 야스다 변호사는 “일본 자체의 힘으로 사형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아시아 나라들, 특히 한국과의 연대다. 야스다 변호사는 요즘 일본 법조계에선 “한국만 바라보고 있다”며 ‘한국 따라 배우기’가 한창이라고 밝혔다. 야스다 변호사는 “터무니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일본 변호사인 내가 한국의 사형폐지 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범죄자 인권 의식에 스스로 눈을 뜨지 못하는 일본으로선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오는 충격파가 변화의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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