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40∼60대 중장년층 5명 가운데 1명은 나이 듦이나 질병·장애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40∼60대 중장년층 5명 가운데 1명은 나이 듦이나 질병·장애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 돌봄 보장을 촉구하는 전문가·시민이 모여 지난해 9월 설립한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45∼69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중장년층 돌봄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95% 신뢰 수준, 오차범위 ±3.1%p), 응답자 절반 이상(51.7%)에겐 돌봄이 필요한 노인·환자·장애인 가족 구성원이 있었다.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워 돌봄이 필요한 가족 숫자가 2명 이상이라는 응답도 24%였다.
집에서 가족을 돌보고 있다는 응답자(433명) 20.3%는 돌봄으로 인해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었다. 돌봄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회사 업무에 심각한 지장이 있었다는 응답도 45.7%에 달했다. 가족 간 갈등(58%)이나 의료비·간병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54.3%)을 경험하기도 했다. 가족 돌봄으로 부닥치는 현실적 어려움(복수 응답)으로는 노동·여가 부족(71.8%), 의료비·간병비 등 경제적 부담(69.3%), 돌봄을 하는 동안 건강 악화나 심리적 소진(65.8%) 등이 많이 꼽혔다. 집에서 가족을 돌보는 방식으로는 전적으로 가족이 맡았다는 경우가 응답자의 55.4%였으며, 요양보호사와 함께 돌본다는 답은 26.8%였다. 가족이 돌봄을 전담할 경우 하루 평균 8.1시간, 요양보호사 방문 등 돌봄 지원을 받는 이들은 평균 6.4시간을 돌봄에 할애했다.
자료: 돌봄과 미래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 응한 중장년층 대다수(82.8%)는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돌봄이 필요할 때 자녀로부터 돌봄을 받길 원하지 않았다. 돌봄 필요 때 나를 돌봐줄 사람으로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등 가족 외 다른 사람(51.4%)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다음이 배우자(29.5%)였다. 돌봐줄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답도 15.4%에 달했다. 임종을 맞이하길 원하는 장소는 호스피스 병동·시설(45.4%), 사는 집(36.6%), 의료기관(10.2%), 요양원·요양병원(7.8%) 순이었다. 그러나 실제 임종을 맞을 가능성이 큰 장소는 호스피스 병동·시설(31.4%)에 이어 요양원·요양병원(27.2%)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응답자 95.9%는 앞으로 돌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83.9%는 현재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용익 돌봄과 미래 이사장은 “돌봄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본인과 그 가족은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한다”며 “돌봄 문제는 대부분 가정의 절박한 문제지만 대책은 너무 미비하다”고 짚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