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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연금 빼서 빚 갚으면 노후대책은?

등록 2008-03-25 20:24수정 2008-03-25 22:16

국민연금을 통한 신용회복 지원 개념도
국민연금을 통한 신용회복 지원 개념도
뉴스타트 ‘금융소외자 구제책’ 논란
“국민연금 운용 기반 훼손” 비판도
청와대가 사회 소외계층의 새로운 출발을 돕겠다며 25일 내놓은 ‘뉴 스타트 2008’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역시 ‘금융소외자 구제책’이다. 본인이 낸 국민연금에서 돈을 빌려 금융회사 등에 진 빚을 갚게 해 신용회복을 돕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민연금 기반과 운용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소외자 구제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상자는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는 142만명 가운데 연금 대부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제껏 낸 국민연금 적립액의 최대 50%를 빌려 빚을 갚을 수 있으며,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이다. 이때 갚을 빚은 원금과 이자의 단순합계가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회사들 사이에 협상해 조정한 ‘채무조정액’으로, 연체 이자는 전액 감면하고 원금도 최대 50%까지 감면되도록 한다는 게 청와대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빚을 진 사람은 평균 채무액의 33.4%만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이번 조처를 딱 한 번만 실시할 방침이다. 5월부터 신청받아 8월께 집행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관계자는 “이번 조처는 즉각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했고, 26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은 금융위원회에서 따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마지막 노후보장 수단’인 국민연금에 손을 댄다는 점에서 청와대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실 이런 방식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시행된 적이 있어 처음 나온 게 아니다. 당시 23만여명의 실직자를 상대로 국민연금을 담보로 생계자금을 대출해 줬으나, 결국 9.5%만이 이를 상환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노후 자금을 당겨 쓰고 못 갚으니 결국 ‘노후 사각지대’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 제도의 핵심문제가 ‘사각지대’ 문제인데, 이번 청와대 조처는 이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 청와대가 예상하고 있는 29만명의 수혜자들이 대부분 소득이 불안정한 상태라 빚을 모두 갚을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도 3분의 1이 연금보험료를 내지 못해 노후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처로 사각지대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지금도 생계비·병원비 등을 이유로 자신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돌려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간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김으로써 만약 봇물이 터진다면 연금 기반이 휘청거릴 가능성도 있다. 또 국민연금법(58조)은 수급권 보호를 위해 “급여받을 권리는 양도·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어, 청와대가 법률 검토도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송태경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국민연금은 법적으로는 ‘압류금지 채권’으로 빚에 쫓겨 법원에서 개인파산을 선고받을 때도 보호되는데 이것으로 빚을 갚으라는 것은 약자들의 유일한 노후대책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창현 정세라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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