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DNA 정보법’ 다음달 입법예고 예정
검찰·경찰 모두에 관리권…2006년엔 무산돼
검찰·경찰 모두에 관리권…2006년엔 무산돼
중범죄자의 유전자 정보를 모아 수사에 활용하는 이른바 ‘디엔에이(DNA) 정보법’을 둘러싸고 인권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전자 정보를 채취하는 범죄의 범위가 너무 넓어 많은 국민의 생체정보를 국가가 관리한다는 비판과 함께, 검찰과 경찰이 이중으로 정보를 관리해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7일 <한겨레>가 입수한 법무부 작성의 ‘디엔에이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디엔에이 정보법) 초안을 보면, 정부는 혈액·머리카락 등을 통해 살인, 강도, 강간·추행, 약취·유인, 체포·감금, 상습 폭력, 조직 폭력, 마약, 청소년 대상 성범죄, 방화, 군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등 모두 11가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유전자 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다음달 입법예고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최근 강력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범죄 수법도 연쇄화, 흉포화, 지능화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법 제안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에선 ‘과도한 입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07년 <경찰 백서>를 보면,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범죄는 81만8725건으로, 이 가운데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이른바 ‘5대 범죄’의 비율이 60%(49만9300여건)에 이른다.
문제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강력범죄(5대 범죄에서 단순 절도 제외) 검거율이 90% 이상이고, 범죄 추이도 2003년 30만5천건에서 2007년 27만6천건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또 우리는 외국과 달리 국가가 전 국민의 지문 정보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를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 법안은 사회적 반발에 부닥쳐 무산된 2006년의 ‘유전자 감식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디엔에이 정보 관리권 부분을 빼면 그 내용이 거의 같다. 당시는 검찰이 홀로 관리권을 가진다고 규정했으나, 이번엔 경찰과 함께 관리권을 갖는다는 게 다르다. 한 사람의 디엔에이 정보를 경찰이 한 번 채취하면, 확정 판결을 받은 뒤 검찰이 또 한 번 채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신 경찰이 채취한 정보는 ‘무죄’ 판결이나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나오면 삭제 처리한다는 게 법안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은우 변호사는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의 디엔에이 정보를 뜨는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논란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디엔에이 정보는 1995년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독일·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국이 10여년 전부터 도입해 활용해 온 제도”라고 설명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수사기관들이 ‘강호순 사건’ 등으로 놀란 민심을 틈타 더 많은 예산과 조직을 확보할 수 있는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유일하게 납득할 수 있는 법 제정 이유는 ‘수사기관의 편의’ 정도”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수사기관들이 ‘강호순 사건’ 등으로 놀란 민심을 틈타 더 많은 예산과 조직을 확보할 수 있는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유일하게 납득할 수 있는 법 제정 이유는 ‘수사기관의 편의’ 정도”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