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질의하는 가운데 이영찬 차관이 기초연금안에 대한 복지부의 종합검토안을 띄운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감 초점-복지부
이태한 인구정책실장 “박대통령, 2개안 보고받고
진영 장관이 잘 고려해 결정하라고 했다”
최종안 청와대에 이메일 보고 ‘사전결정’ 가능성
이태한 인구정책실장 “박대통령, 2개안 보고받고
진영 장관이 잘 고려해 결정하라고 했다”
최종안 청와대에 이메일 보고 ‘사전결정’ 가능성
국민연금을 기초연금에 연계하는 안의 위험성을 보고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소득연계 방안과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2주 만에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연계안으로 확정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8월30일 첫 기초연금 보고는 장관이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으나 2주 뒤 확정안은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자우편으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이 언제 확정됐는지를 따져묻는 과정에서 8월30일 박 대통령 보고 때 대통령의 발언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이태한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두 안에 대해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어느 방향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두 안의 장단점을 잘 고려해 진 장관이 잘 만들어달라’고 말했다”고 답변했다. 애초 박 대통령의 원래 공약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본안으로 2가지 안을 만들었지만, 국민연금 연계안이 국민연금을 흔들 수 있다는 진 전 장관의 설명에 박 대통령이 어느 정도 수긍한 셈이다.
그러나 상황은 2주 만에 급변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그 뒤 2주 만에 어떤 과정을 통해 그동안 복지부가 (5가지 이유 등을 들어) 반대한 국민연금 연계안이 나왔는지 답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복지부 담당 실국이 국민연금 연계안에서 연금 가입자가 손해보지 않도록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이를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 전 장관은 이후 현재의 안으로 확정되자 국민연금의 불안정성과 이를 책임지는 장관으로서의 양심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퇴를 했다. 2주 사이에 청와대 차원의 보이지 않는 손이 복지부를 흔들었을 개연성이 크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9월25일 발표된 현재의 기초연금안을 진 장관이 동의해서 만든 것이냐”고 추궁했다. 양성일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진 전 장관의 마음속까지는 알 수 없으나, 장관에게 보고했으며, 해당 안을 청와대로 보내겠다고 했을 때 이를 동의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남윤인순 의원은 “진 전 장관이 사퇴한 것은 스스로 동의할 수 없는 기초연금 안이었기 때문 아니냐. 결국에는 청와대의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복지부 담당 실국장이 장관을 배제하고 이번 일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9월 중순 청와대에 최종 보고를 할 때 문서를 직접 들고 가지 않고 전자우편으로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9월14일 보고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은 데 대해 양 연금정책관은 “장관에게는 구두로 보고했고, 청와대 담당 행정관에게는 전자우편을 통해서 보냈다”고 답변했다.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안이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결정된 배경에 대한 추궁도 나왔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회의 당시 복지부 쪽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안을 냈다. 노동·농민 단체는 물론 경총 등 사용자 단체까지 가입자 단체 모두가 이 안을 반대했는데도 이 안이 끝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손준현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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