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열린 ‘한국의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고세훈 고려대 교수, 조흥식 서울대 교수(사회자),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교수,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한국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토론회
“난마처럼 얽힌 저성장, 일자리 부족, 분배 양극화 문제를 한꺼번에 풀려면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사단법인 경제사회포럼(이사장 이종오)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 공동주최로 지난달 2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의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토론회에서 “성장과 분배를 통일된 하나의 순환고리로 파악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 이 교수는 ‘포용적 성장, 복지국가와 사회적 대화’라는 주제 발제에서 “보수적 사고방식은 성장과 분배를 택일의 관계로 보았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의 ‘낙수효과’도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포용적 성장은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의 정책, 미국 민주당의 정책, 북유럽의 건실한 성장 등 성공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포용적 성장이란, 저임금 노동자와 서민들의 소득을 높여 상품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모델이다. 부자가 먼저 돈을 벌면 서민들에게도 그 효과가 전가된다는 ‘낙수효과’와는 반대 개념이다.
토론자로 나선 고세훈 고려대 교수(정치학)는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시장이 서로 보완하며 균형을 맞춰가는 ‘상쇄력의 제도화’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가장 절박한 과제는 복지 지출을 몇 % 올리느냐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상쇄력의 제도화’를 어떻게 이룰 것이냐다”라고 역설했다. 고 교수는 “복지국가는 ‘시혜’ 아니면 ‘싸워서 얻는 것’인데, 시혜는 베푸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윤리적으로 별로 좋지 않다. 낙수효과가 여기에 속한다”며 “따라서 복지는 싸워서 얻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은 종합토론에서 ‘복지 담론’을 강조했다. 그는 “복지국가 운동이나 복지국가 전략과 관련해 중요한 대목이 담론의 문제”라며 “이 담론 싸움에서 지식인의 역할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특히 복지국가 건설 ‘조급증’에서 탈피할 것도 주문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복지국가 담론을 내놓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조급증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전선이 균열되고 연대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인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복지 담론이 많이 사라진 이유는 대선에서 진보 진영이 패배해 복지라는 꽃이 피기 전에 꺾여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일차적 담론은 ‘복지’나 ‘경제민주화’가 아닌 ‘엔엘엘(NLL)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보수세력이 자신들의 헤게모니(주도권)를 장악하기 위해 쓸데없는 논쟁을 1년이나 벌였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6·4 지방선거와 관련해 “김상곤 교육감이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얘기한 것처럼 6·4 지방선거에서도 복지 이슈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영기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이 ‘노동시장 혁신과 사회적 파트너십’을,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젠더레짐과 복지국가의 설계’를 각각 발제했다. 또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와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교수도 토론에 참여했다.
글·사진 김동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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