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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지급액 깎아온 연금개혁…보장 늘리려면 보험료 인상 불가피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8-08-15 06:16수정 2022-08-19 11:53

[더 친절한 기자들] 국민연금 바로보기 ②

1988년 도입땐 소득대체율 70%
재정안정화 위해 두 차례 개혁
문 대통령 “노후소득 보장 확대”
실천하려면 현행 보험료율 올려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얼마나 받으시나요. 바쁘게 살다 보면, 지금 당장 월급에서 보험료가 얼마나 빠져나가는지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길게는 수십년 뒤에나 돌려받게 될 연금액을 세세히 파악하기란 더욱 쉽지 않지요.

이런 분들은 국민연금공단 누리집의 ‘내 연금 알아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나중에 돌려받게 될 연금액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저도 조금 전, 오랜만에 들춰봤습니다.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한 예상 연금액은 ‘세전’ 기준으로 110만원을 살짝 넘기는군요. 그것도 앞으로 약 20년 뒤에나 받게 될 돈이니, 저로서는 아득합니다.

많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그렇듯, 저도 서른 언저리에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만 60살이 되기 전까지 꾸준히 국민연금 보험료를 부어도, 가입기간은 30년을 가까스로 넘습니다. 아마 정해진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을 모두 채웠다면, 예상 연금액은 좀 더 많아졌을 겁니다.

국민연금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가입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나중에 받게 될 연금액 비율을 명목 소득대체율이라고 합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2028년 40%까지 내려갈 예정입니다. 가입기간 40년의 평균소득이 월 100만원이었다면, 은퇴 이후 매달 4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30년밖에 안 된 국민연금의 짧은 역사와 늦은 사회 진출, 실직 등으로 가입기간 40년을 채우기 어려운 분은 저 말고도 많을 겁니다.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24%(지난해 기준) 수준에 그치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낮은 소득대체율 탓에 ‘용돈연금’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국민연금이 처음부터 이렇게 야박했던 것은 아닙니다. 1988년 도입 당시만 해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70%였거든요. 게다가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도 지금의 3분의 1 수준인 월소득의 3%(1998년 9%가 되도록 5년마다 자동 조정)에 그쳤으니, 국민연금 가입은 그야말로 ‘남는 장사’였습니다.

이런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두가지 상반된 평가가 모두 존재합니다. 먼저 ‘강제저축’ 개념인 국민연금 제도의 수용도를 높이려면, 출범 당시 높은 소득대체율 보장은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있지요. 반면, 지난 13일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자신의 누리집에서 “바로 이런 선심성 프로그램이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70%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199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밖에 지나지 않아 정부는 ‘연금개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연금개혁의 핵심 목표는 ‘재정안정화’였습니다. 지나치게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유지하면 연금재정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재정 전문가의 주장이 적정 노후소득 보장 주장을 압도한 것이지요. 그 결과는 소득대체율을 기존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을 받는 나이도 60살에서 65살까지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7년 국민연금 제도 개혁의 내용과 방향도 비슷했지요. 60%로 내려온 소득대체율을 2009년 이후 다시 해마다 조금씩(0.5%포인트) 내려 2028년 40%까지 낮추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사실 당시 참여정부에서는 소득대체율 인하를 50%에서 막는 대신, 보험료율을 15%대로 높이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2004년 6월)했습니다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과거 주요 연금개혁은 국민연금 지급 수준을 깎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불신에 기름을 부은 측면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노후에 돌려받을 연금액이 자꾸 줄어들기만 하니, 가입자가 의심을 키우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13일 발언,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 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정부가 해온 ‘덜 주는’ 연금개혁이 아니라 ‘더 주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14일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과거 연금제도 개편이 주로 재정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노후소득 보장 확대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제대로 된 연금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닙니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기가 앞당겨질 거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연금재정의 위기를 부르지 않으면서 연금 수준을 높이려면, 당장 보험료율 인상폭도 커져야 할 겁니다. 적정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안정화라는 목표가 이번 국민연금 개편 논의를 통해 어떻게 구현될지, 국민연금 가입자인 저는 궁금합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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