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귀가하면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던 당신이었다. 하루는 피를 토해 온몸을 적셔 병원으로 이송된 뒤로 말을 잃었다. 당신은 급기야 ‘아기’가 돼버렸다. 팔순이 훌쩍 넘은 아기는 대형 기저귀를 차고 온종일 거의 말없이 침대에서 누워 있는 처지다. 두달여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당신은 어느 날 온 힘을 모아 가쁜 숨으로 입을 뗐다. 그 말이 먹먹했고 또한 막막했다. “집에 가. 집에 가고 싶다.” 먹먹한 것은 여생을 집에서 보내고 싶다는 당신의 간절함 때문이고, 막막한 것은 집으로 모시기 힘든 상황 때문이다.
‘커뮤니티 케어’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회정책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1일 열린 ‘국무총리 직속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 기본계획이 보고됐다. 세부안을 놓고 보건복지계 안팎과 정부 및 청와대 사이에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일반인에겐 아직 낯선 이 개념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없는 노인과 장애인 등을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른바 ‘삶터 돌봄서비스 체계’라 할 수 있다. 고령사회를 겪은 일본·영국 등 선진국은 일찍이 이런 방향의 돌봄 체계를 마련해 시행해오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실행 방향을 담은 ‘기본계획’과,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앞서 실시하는 ‘선도사업 계획’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부족한 재원, 지자체의 실행능력, 보건의료와 복지 영역의 원활치 못한 협조, 주거·의료·요양 등 사회서비스의 획기적 확대와 인공지능 기반 케어 구축 등 장애물과 과제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커뮤니티 케어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절실하고 시급한 필수적 생활기반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 ‘삶의 질’과 한국 복지국가의 미래는 이 체계의 성공적 도입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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