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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② 네 죽음을 막지 못해 미안하다

등록 2005-12-21 19:41수정 2006-05-11 10:00

지난달 11일 경기도 의왕시의 비닐하우스 집에서 목줄이 풀린 도사견에 물려 죽은 권영인군의 신발이 개집 철장 앞에 덩그라니 놓여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달 11일 경기도 의왕시의 비닐하우스 집에서 목줄이 풀린 도사견에 물려 죽은 권영인군의 신발이 개집 철장 앞에 덩그라니 놓여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우리의아이들사회가키우자]
“추운 비닐하우스안에서 얼마나 쓸쓸했니”
경기 의왕시에서 홀로 지내다 개에 물려 숨진 아홉살 영인이.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힘겹게 살아가거나 때로 목숨을 잃기도 하는 아이들에 대해 또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서울 ㄷ초등학교의 한 6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편지쓰기’를 통해 영인이의 비극에 대한 속내들을 풀어놓았다. 구절구절이 어른들을 향한 ‘시위’처럼 읽힌다.

외로움=영인이의 참혹한 죽음을 상상하며 아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공포가 아니라 외로움이었다. ㅂ양은 영인이에게 쓴 편지에서 말한다.

“밥도 제대로 못 먹었겠지? 게다가 추운 비닐하우스 안에서 혼자서 지내니 얼마나 쓸쓸하겠어. 나도 혼자서 그렇게 살았다면 자살 같은 것을 했을지도 몰라.”

ㅇ양도 말한다. “나한테는 언니가 있지만 나도 너와 같이 혼자인 경우가 많아. 나도 부모님이 맞벌이고 언니도 중학생이여서 공부하느라 독서실에 매일같이 살거든. 그래서 혼자인 마음을 알겠어.”

아이들에겐 죽음의 공포보다 외로움이 더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개에 물려 죽은 영인이에 보내는 초등생들 편지
“어른들은 곧 잊겠지만 우린 영원히 널 기억할께”

이 무서운 세상=아이들은 힘이 없다. “나를 보살펴 달라”고 큰 목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돌봐온 전문가들은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가 부당하다고 여기지도 않은 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 뿐”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영인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한 학생은 “진짜 이 세상이 무섭구나. 너같이 안좋은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으니”라고 했다.


또 다른 어린이는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편지를 썼다. “어린이들이 혼자 살수록 보권복지부에서는 더 특별히 신경 써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앞으로 혼자 사는 아이들이 많아질 수도 있고 많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많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보권복지부에서나 다른 곳에서 조금만 더 신경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판에 어린이 한명 못 지켜줍니까?”라는 어른스런 항변도 있었다.

잊혀지는 아이들=영인이가 숨진 지 한달이 갓 넘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선 이 끔찍한 사건이 잊혀지고 있다. 아동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우리사회는 아이 하나가 죽어야만 약간 관심을 갖고, 그나마 얼마가지 않아 잊어버리고 마는 게 문제”라며 한숨짓는다. 이런 어른들을 꼬집으며 ㅇ양은 영인이에게 약속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너에 이야기는 점차 사람들 마음에서 사라진다고. 하지만 난 계속 너를 생각할께. 슬퍼하지마.”

특별취재팀

주위에 보살피는 어른이 없거나 위기에 빠진 어린이가 있으면, 〈한겨레〉로 알려주십시오. 또 이런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분들은 정부나 이웃으로부터 어떤 도움이 더 필요한 지 알려주십시오. 정책에 대한 제안도 환영합니다. 접수된 내용은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한편, 후속 기사 준비에 소중하게 활용하겠습니다.

한겨레신문사 편집국 어린이 특별취재팀 박용현 최종훈 김순배 김태형 기자

이메일 주소:chil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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