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징계권을 삭제하되 ‘훈육할 권리’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징계권과 관련된 민법 개정안은 모두 4개가 발의돼 있다. 이 가운데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915조의 징계권을 삭제하고 친권자의 훈육권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다만, 폭력이나 체벌은 금지하고 있다. 다른 두 개정안은 신현영·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으로, 법무부의 입법예고안과 마찬가지로 훈육권 신설 없이 징계권 삭제만 담고 있다. 특히 양이원영 의원의 개정안엔 913조에 ‘친권자는 어떤 형태의 체벌도 해서는 안 된다’는 체벌 금지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들은 모두 지난달 초 충남 천안에서 40대 여성이 동거남의 9살 아들을 여행용 가방 안에 7시간가량 가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뒤 발의됐다.
징계권을 훈육권으로 대신하자는 쪽에선, 체벌을 포함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징계’ 대신 순화된 표현인 ‘훈육’을 법에 넣어 부모의 권리를 보장하자고 주장한다. 민법에서 징계권이 삭제되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질책이나 교화 행위마저도 친권에 포함되는지 아닌지 불명확해질 것이 우려되므로, 명시적으로 ‘필요한 훈육을 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쪽에선 징계와 훈육의 개념 차이가 모호해, 훈육권을 신설하면 아동폭력이 정당화될 여지를 법에 그대로 남기게 된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아이를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여성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게임기를 고장낸 것에 대해 아이가 거짓말을 해 훈육 차원에서 가방에 들어가 있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학 박사인 김명수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 전문경력관은 “훈육권 인정 법안은 어디까지가 필요한 훈육이고 어떤 체벌을 법이 금지한 것인지를 두고 불필요한 해석 혼란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박은 법무부가 입법예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진행됐다. 애초 법무부 자문기구인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가 지난 5월8일 발표한 최종 권고안은 징계권을 삭제하고 훈육권을 신설하는 내용이었다. 법제개선위는 지난해 4월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아동·여성·가족 분야 전문가 10명과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구성돼 출생·가족·양육 분야 법제 개선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날 내놓은 입법예고안엔 권고안과 달리 훈육권 신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관계기관 회의와 전문가 간담회를 거치며 자문을 받아보니 ‘필요한 훈육’ 조처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규범 위반 소지가 있었다”며 “필요한 훈육 역시 체벌의 근거로 오인될 여지가 여전해서 아예 삭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수준을 정기적으로 심사하는 유엔아동인권보장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에 ‘간접체벌과 훈육을 포함한 체벌을 모든 영역에서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최하얀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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