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대체복무교육 1기 마지막 날
‘다나까’는 없고 부동자세는 있고
아직은 ‘복무와 수감 사이’ 대체복무
대체복무교육 1기 마지막 날
‘다나까’는 없고 부동자세는 있고
아직은 ‘복무와 수감 사이’ 대체복무
![11월 11일 대체복무 교육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저녁, 강의실에서는 종교행사가 열렸다. 36개월 대체복무 과정 중 일과시간 이외의 종교활동은 법령으로 보장된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11월 11일 대체복무 교육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저녁, 강의실에서는 종교행사가 열렸다. 36개월 대체복무 과정 중 일과시간 이외의 종교활동은 법령으로 보장된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516/imgdb/original/2020/1120/20201120502840.jpg)
11월 11일 대체복무 교육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저녁, 강의실에서는 종교행사가 열렸다. 36개월 대체복무 과정 중 일과시간 이외의 종교활동은 법령으로 보장된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1939년 조선총독부 고등법원검사국 비밀문서에는 조선인 여호와의증인 30명의 수감 기록이 남아 있다. 2000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병역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매년 수백명씩 감옥에 가는 나라는 유엔 회원국 중 한국뿐이었다.
2018년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기까지, 징역형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세월이 80년이다. 대체복무제도가 시작됐지만, 대체할 복무의 범위와 기간을 두고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놓고 ‘양심’이 무엇인지, 병역거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한 날 선 질문들도 여전하다.
지난 11일 <한겨레>가 만난 대체복무교육 1기생들은 대체복무의 첫발을 뗀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을 잘 알고 있었다. 3주 교육의 마지막 일정을 함께하며 그들이 겪어온 지난 시간, 사상 첫 교육의 내용과 진행, 차근차근 넘어가야 할 고민들을 보고 들었다. 지난 10월26일 대체복무교육이 시작된 이래 내부의 모습이 공개되긴 처음이다.
![지난 10월26일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로 대체복무 대원 1기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26일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로 대체복무 대원 1기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36/imgdb/original/2020/1120/20201120502845.jpg)
지난 10월26일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로 대체복무 대원 1기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센터는 교도소 안이자 수용시설 밖
오전 9시~오후 5시 빡빡한 3주 일정
세탁·시설관리 등 대체복무 실무 배워 심사위 신청부터 결정까지 240일
670여명 대기, 모두 ‘여호와의 증인’
법무부 1600여명 순차 배치 예정
접수 뒤 1년 넘게 기다려야 할 수도 전원 합숙 원칙, 종교활동 등 보장
점호 아닌 점검, 부동자세는 군대처럼
종료 뒤 63명 대전·목포교도소 배치
23일부터 43명 대상 2기 교육 시작 ____________
막내 스물넷, 서른일곱 늦깎이도 “오전 교육시간 10분 전입니다.” 학생장의 외침이 들린다. 기자도 서둘러 강의실에 앉았다. 이미 절반이 넘는 대원이 ‘열공’ 중이다. 모두 마스크를 단단히 썼다. 3주 동안 외부 일정이 없었다. 대원들만 있다면 걱정할 일 없었을 것이다. 외부인들이 문제다. 기자도 마스크를 고쳐 썼다. 앞줄 한 대원의 공책에 3색 볼펜으로 쓴 글들이 빼곡하다. “(다들 열심인 건) 내일 종합평가 때문일 거예요.” 평가점수는 첫 복무지 배치의 근거가 된다. 대체복무는 전국 34곳 구치소·교도소에서 이뤄진다. 6개월 단위로 순환배치된다. 각자 고향 근처에서 복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며칠간 밤 10시(취침 시각)까지 강의실 불은 꺼지지 않았다.
![대체복무 수업을 듣는 대원들의 모습.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동안 진행됐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대체복무 수업을 듣는 대원들의 모습.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동안 진행됐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47/imgdb/original/2020/1120/20201120502842.jpg)
대체복무 수업을 듣는 대원들의 모습.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동안 진행됐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대원들은 늘 마스크를 쓴다. 각자 칸막이 아래서 비닐장갑을 낀 채 밥을 먹었다. 식당은 조용했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대원들은 늘 마스크를 쓴다. 각자 칸막이 아래서 비닐장갑을 낀 채 밥을 먹었다. 식당은 조용했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44/imgdb/original/2020/1120/20201120502844.jpg)
대원들은 늘 마스크를 쓴다. 각자 칸막이 아래서 비닐장갑을 낀 채 밥을 먹었다. 식당은 조용했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총 대신 세탁·시설관리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법률 대리 중인 대전교도소 수감자를 접견 온 백종건 변호사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는 2011년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법조인으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 1년여 복역(변호사 자격 박탈)했다. (▶관련기사 : ‘감옥’이란 ‘숙제’를 끝낸 남자…“나를 마지막 사례로 만들어달라”). 그가 다시 변호사 자격을 회복한 건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거부의) ‘정당한 이유’로 본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고 나서다. 이 판결 뒤로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감돼 있던 70명은 순차적으로 가석방(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된 이는 공식적으로는 없다)됐다. 당시 판결의 주인공인 오승헌씨의 변호인도 원래는 백 변호사였다. 오씨는 1기생이 돼 교육센터에 있다. 오씨만 아니라 사법연수생 시절부터 백 변호사가 병역 거부를 이유로 수감되기 전까지 무료변론을 맡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200명이 넘는다. 그렇게 집총 대신 징역을 택한 이들이 한해 평균 600명이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9년 33명의 수감 기록이 있은 뒤로 지금까지 최소 1만8700명에 이른다. 이들이 감옥에서 보낸 시간은 모두 합하면 최소 3만5800년이다. 백 변호사가 주차장 바로 옆에 위치한 대체복무교육센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연이었을까. 마침 산책하던 오 대원과 먼발치에서 눈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교육생의 외부인 면회는 금지돼 있다). 오후 1시10분. 다시 수업이 시작됐다. 대체업무 중 시설관리를 위한 것이다. “작업 중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업장에 떨어진 못 하나 바늘 하나까지 다 수거해야 하는 것입니다.” 강사는 교도소 기동순찰팀(CPRT) 출신답게 “수용자가 반출한 물품이 흉기가 되기도 한다”며 실제 사례를 들어 가며 설명했다. 해가 서편으로 기울고, 마지막 수업인 ‘양성평등 및 성인지감수성 향상’의 끝 종이 울렸다. 63명 중 흐트러지거나 이탈하는 이는 없었다. 이들은 3주차에 이르는 동안 외출·외박 없이 오전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매일 7시간의 교육을 쉼없이 달려왔다. 이들은 이튿날인 12일 종합평가와 체육행사에 이어 13일 복무지에 배치됐다. 대전교도소에는 9명만 남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목포교도소로 이동했다. 대체복무교육센터는 23일부터 2기 43명을 맞이한다(이들은 대전 및 의정부 교도소에 배치된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대체복무 대원 1기 63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13일 대전교도소와 목포교도소로 배치됐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대체복무 대원 1기 63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13일 대전교도소와 목포교도소로 배치됐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47/imgdb/original/2020/1120/20201120502841.jpg)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대체복무 대원 1기 63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13일 대전교도소와 목포교도소로 배치됐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점호와 같고도 다른 ‘점검’ 저녁식사가 시작된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몇몇 대원이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나선다. 향한 곳은 컴퓨터실이다. 정작 대원들이 붐비는 건 한쪽 벽면으로 늘어선 화상전화기 부스다.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되는 교육생들에게 다섯개의 부스는 외부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거의 유일한 사적 공간이다. 물론 줄을 서다 보니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 게 예의다. 장경진 대원처럼 가족이 있는 경우 10분은 충분하지 않다. 특히 말을 배우기 시작한 3살짜리 막내에게 한마디라도 들으려면 애가 탄다. 게다가 영상통화는 1초에 1.4원, 싸지 않다. 저녁 7시. 63명 전원이 다시 강의실에 모였다. 이들은 수요일 저녁 평일 종교행사를 공식적으로 보장받고 있었다. 물론 이는 특정 종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교육안에는 “교육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교육생의 종교활동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오 운영관은 “100분의 종교행사는 일주일에 한번, 15분 정도는 약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매일 아침 할 수 있도록 해왔다”고 설명했다. 밤 9시. 청소가 시작됐다. 군대로 치면 ‘점호’ 준비다. 여기서는 ‘점검’ 준비라 부른다. 말이 다르다고 해서 내용까지 다른 건 아니다. 침대 상단에 베개를 놓고 그 위에 교정 마크가 보이도록 이불을 접어서 올려놓는다. 침대 아래 수납장에는 내의, 속옷, 양말 등이 자리해야 한다. 관물대 여닫이문을 열면 옷걸이 봉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셔츠, 활동복, 작업복, 근무복, 점퍼, 사복 등이 차례로 걸린다. 그 아래 관물대에는 휴지, 서적(성경책), 업무수첩 등이, 그 아래 첫째 서랍에는 필기도구, 가죽장갑, 목도리 등이 가지런하다. 세면도구와 기타 물품은 둘째 서랍에 들어간다. 물론 군 신병교육대나 내무반에서 흔한 의류나 침구의 ‘각 잡기’는 하지 않는다. 청소에 이어 정리를 마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30분이다. “점검 5분 전입니다.”
![밤 9시30분 ‘점검’이 시작된다. 군대로 치면 ‘점호’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밤 9시30분 ‘점검’이 시작된다. 군대로 치면 ‘점호’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47/imgdb/original/2020/1120/20201120502843.jpg)
밤 9시30분 ‘점검’이 시작된다. 군대로 치면 ‘점호’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취침, 모든 등이 꺼졌다 밤 9시30분. 점검이 시작됐다. 학생장이 2층 복도 한 가운데 선다. 복무관리관이 생활실이 있는 2층에 올라섰다. 경례를 주고받았다. “총 63명 점검 준비됐습니다.” 복무관리관이 생활실을 돌기 시작하자 “하나, 둘…, 여덟”까지 구령 소리가 복도까지 울린다. 관리관은 대원들의 건강상태 및 기타 건의사항을 묻는다. “제 3생활관 점호 준비됐습니다!” “제6생활관 현재인원 점검준비 끝!” 생활실장의 보고는 제각각이다(어미가 달라지는 게 중요치 않아 보이지만 군대의 보고는 부대별로 통일해 쓴다). 시간은 생활실별로 짧게는 30초를 넘기지 않는다. 관리관이 마지막 생활실을 나섰다. “저녁 점호 완료됐습니다.” 학생장이 외치자, 박수가 터져 나온다. 교육 마지막 날이어서는 아니다. “(점검이 끝나면) 늘 비슷하다”고 했다. 점검 뒤 10시면 모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떠들썩한 한 생활실에 들어서니 소포로 전달된 과자 등 먹거리가 놓여 있다. 이날은 11월11일 빼빼로 데이였다. 환호성이 들려온 생활실에서는 이튿날 체육행사의 한 종목인 림보 연습이 한창이다. 밤 10시. 생활실이 있는 2층은 당직실로 향하는 불침번의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일부 대원으로부터 “내일 평가 대비를 하고 싶다. 강의실을 열어주면 안 되겠느냐”는 건의가 있었다. 센터는 허락하지 않았다. 모든 불은 꺼졌다. 대전/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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