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대체복무교육 1기생들 인터뷰
80년 기다려 얻은 대체복무 36개월
25~37살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세탁·시설관리 업무 모두 필요한 일
양심 반하지 않는 일이란 사실 중요”
대체복무교육 1기생들 인터뷰
80년 기다려 얻은 대체복무 36개월
25~37살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세탁·시설관리 업무 모두 필요한 일
양심 반하지 않는 일이란 사실 중요”

대체복무 1기인 장경진(사진 왼쪽부터), 김수훈, 오승헌, 백종현 대원이 지난 11일 대체복무교육센터의 한 생활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1939년 조선총독부 고등법원검사국 비밀문서에는 조선인 여호와의증인 30명의 수감 기록이 남아 있다. 2000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병역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매년 수백명씩 감옥에 가는 나라는 유엔 회원국 중 한국뿐이었다. 2018년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기까지, 징역형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세월이 80년이다.
대체복무제도가 시작됐지만, 대체할 복무의 범위와 기간을 두고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놓고 ‘양심’이 무엇인지, 병역거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한 날 선 질문들도 여전하다.
지난 11일 <한겨레>가 만난 대체복무교육 1기생들은 대체복무의 첫발을 뗀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을 잘 알고 있었다. 3주 교육의 마지막 일정을 함께하며 그들이 겪어온 지난 시간, 사상 첫 교육의 내용과 진행, 차근차근 넘어가야 할 고민들을 보고 들었다. 지난 10월26일 대체복무교육이 시작된 이래 내부의 모습이 공개되긴 처음이다.
지난 11일 대체복무 3주 교육의 마지막 수업을 마친 직후 대체복무요원 네명을 대전교도소 대체복무교육센터의 생활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이튿날인 12일 종합평가를 끝으로 13일 대전교도소와 목포교도소로 배치(남은 35개월 복무)됐다. 인터뷰 내내 이들의 얼굴에는 다양한 감정이 묻어났다. 대체복무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고 신중히 골랐다.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수훈 스물다섯살이고요. 2년제 대학 나와서 회사에서 잠깐 일하고 일용직으로 살면서 재판(1기 대체복무요원들은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을 받았다)을 받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오승헌 저는 서른일곱살이에요. 2013년부터 재판을 받았고요. 올해 초에 (2심에서) 파기 환송 확정판결을 받았어요.
장경진 제가 재판을 받은 건 2014년 9월부터예요. 서른셋,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고요.
백종현 일용직부터 통역일까지 불러주는 대로 다니면서 동생 둘을 건사하며 살아온 서른살입니다.
―3주 교육이 사실상 끝났어요. 여러 감정이 들 텐데요.
장경진 스물셋에 결혼해서 곧바로 아이가 태어났고, 아내랑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는 게 처음이에요. 3주 동안 생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물론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죠.
오승헌 재판을 겪으면서 힘들었던 감정들, 막상 겪을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마음속 상처들을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나한테도 보살핌이 필요했구나’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예순세명 모두 더 형제처럼 느껴져요. ‘언제부터 재판했나’ ‘어땠나’ 서로 묻고 답하고. 사연 없는 대원은 없으니까요. 고생한 기간이 최소 몇년씩이고.

대체복무 수업을 듣는 대원들의 모습.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동안 진행됐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밤 9시30분 ‘점검’이 시작된다. 군대로 치면 ‘점호’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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