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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화서’의 쉬운 말은 ‘꽃차례’, ‘구근’은 ‘알뿌리’

등록 2021-10-25 18:20수정 2021-10-26 02:30

연재ㅣ쉬운 우리말 쓰기
동·식물원 속 우리말 ⑧

‘전정’ 대신 ‘가지치기’
‘상록교목’은 ‘늘푸른큰키나무’
‘수상’은 ‘이삭 모양’으로…
‘원추꽃차례’는 ‘원뿔꽃차례’
전문용어는 그림 설명이 쉬워
지난 20일 경주 동궁원을 찾았다. 전정(剪定), 화심(花心), 수상(穗狀) 등 전문용어를 비롯한 어려운 설명을 우리말로 바꾸거나 쉽게 풀어 쓰면 시민들에게 더 ‘친절한 식물원’이 될 것 같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20일 경주 동궁원을 찾았다. 전정(剪定), 화심(花心), 수상(穗狀) 등 전문용어를 비롯한 어려운 설명을 우리말로 바꾸거나 쉽게 풀어 쓰면 시민들에게 더 ‘친절한 식물원’이 될 것 같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20일 경북 경주시 보문로에 있는 ‘경주 동궁원’을 찾았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던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곳으로 식물 자원 400여종 5500본을 보유하고 있다.

주제별로 야자원, 관엽원, 화목원, 수생원 등으로 나뉘며 고사리원, 식충원, 암석원을 비롯한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는 버드파크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도 좋은 곳이다.

키 작은 ‘관목’은 ‘떨기나무’로

식물원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두란타’에 관한 설명이 보였다. “상록관목 화목으로 6m까지 크며 멕시코 남미 원산이다. 꽃은 푸른색으로 초콜릿 향기가 나고 열매는 노랗게 익는다. 전정 효과가 좋아 토피어리(topiary)로 쓴다”는 설명에서 상록관목은 사철 내내 잎이 푸른 관목을 말한다. 관목(灌木)은 키가 작은 나무를 말한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를 보면 관목은 ‘떨기나무’라고 바꿔 쓸 수 있고, 상록관목은 ‘늘푸른떨기나무’라고 순화할 수 있겠다. ‘화목’은 ‘꽃나무’라고 쓰면 의미가 더 쉽게 와닿는다.

전정(剪定)은 ‘자를 전’ ‘정할 정’을 쓰는데 식물의 겉모양을 고르게 하고 웃자람을 막으며, 과실 나무 따위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곁가지 따위를 자르고 다듬는 일을 말한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면 ‘전정’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가지치기’를 쓰라고 돼 있다.

옆으로 가니 커피나무가 있었다. ‘커피나무는 상록교목’이라는 설명에서 상록교목은 사철 내내 잎이 푸른 교목(喬木)을 말한다. 교목은 관목과 반대로 키가 큰 나무를 이른다. ‘커피나무는 늘푸른큰키나무’라고 풀어 쓰면 식물원을 찾는 시민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대만황근’에 관한 설명에서는 “노란 꽃이 피며 화심은 적자색이다”라는 말이 어려웠다. 화심(花心)은 꽃의 한가운데 꽃술이 있는 부분을 말한다. 적자색 역시 ‘붉은빛을 많이 띤 자주색’이라고 풀어 쓰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대만황근’에 관한 설명에서는 “노란 꽃이 피며 화심은 적자색이다”라는 말이 어려웠다. 화심(花心)은 꽃의 한가운데 꽃술이 있는 부분을 말한다. 적자색 역시 ‘붉은빛을 많이 띤 자주색’이라고 풀어 쓰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신엽’보다는 ‘새잎’

‘대만황근’이라는 식물 설명에서는 “노란 꽃이 피며 화심은 적자색이다”라는 말이 어려웠다. 화심(花心)은 꽃의 한가운데 꽃술이 있는 부분을 말한다. 적자색 역시 ‘붉은빛을 많이 띤 자주색’이라고 풀어 쓰면 아이들도 설명 팻말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붉은 원종 고무나무’에 관한 설명을 보자. “신엽이 붉게 나오고 잎이 크면서 녹색으로 변한다”는 말은 충분히 더 쉽게 쓸 수 있다. 신엽(新葉)은 새로 돋아난 풀과 나무의 잎을 말한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는 신엽 대신 순화한 용어 ‘새잎’만 쓰라고 돼 있다.

‘피토니아 베르샤펠티’라는 다소 어려운 이름의 꽃을 봤다. 설명을 보니 “꽃은 작고 수상꽃차례로 달린다”고 돼 있었다. 수상꽃차례(穗狀꽃次例)는 한 개의 긴 꽃대 둘레에 여러 개의 꽃이 이삭 모양으로 피는 꽃차례(화서)를 이른다. ‘이삭 수’ ‘모양 상’ 자를 쓴다. 질경이, 오이풀 따위가 여기에 속한다.

쉽게 풀어 쓴 팻말도 있었다. “알라만다의 잎은 마주 나거나 3~4장이 돌려 난다”고 설명한 부분은 화서(花序)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식물의 특징을 친절하게 알려준 사례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유액을 ‘젖빛진’으로 순화했다. 기근은 ‘공기뿌리’, 엽육은 ‘잎살’을 말한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유액을 ‘젖빛진’으로 순화했다. 기근은 ‘공기뿌리’, 엽육은 ‘잎살’을 말한다.

‘파초일엽’에 관한 설명을 보자. “한국, 일본, 동남아 일역에 널리 분포하며 음지에 강한 고사리과 식물”이라는 설명에서 일역(日域)은 한자로 ‘해 일’ ‘지경 역’을 쓴다. 햇빛이 비치는 범위 전체라는 뜻으로, ‘천하’를 이르는 말이다. 김형주 교수(상명대 국어문화원)는 “‘천하’가 ‘일역’의 쉬운 우리말이다. 흔히 순화어라고 하면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순화어는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꾼 것을 말한다”며 “천하를 굳이 고유어로 바꾼다면 ‘누리’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향신료’ 대신 ‘양념감’ 어때요?

‘마늘덩굴’은 “잎에서 마늘 향이 나서 마늘덩굴이라 하며 아마존 원주민들이 향신료로 쓴다”고 한다. 향신료는 음식에 맵거나 향기로운 맛을 더하는 조미료로, 고추·후추·파·마늘·생강·겨자·깨 따위가 있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에서는 ‘향신료’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양념’, ‘양념감’을 쓰라고 돼 있다.

‘익소라’에 관한 설명을 보니 “상록관목으로 수고는 1m 정도 자라며 줄기 선단에 봄에서 가을까지 계속 둥글고 커다란 붉은 꽃이 뭉쳐 피어나 불꽃을 올려놓은 듯이 보인다”고 돼 있다. 수고는 ‘나무 키’라고 바꿔 쓸 수 있겠다. 선단(先端)은 한자 ‘먼저 선’ ‘끝 단’을 합친 말이다. ‘앞쪽의 끝’이라는 사전적 설명이 있다.

이동하다 보니 입구 쪽에서 보았던 두란타에 대한 다른 설명 팻말이 있었다. “마편초과에 속하는 소관목의 관엽식물로 많은 가지를 내어 늘어뜨리고 자라며, 총상의 보라색 꽃이 핀다”는 설명을 보니 총상(總狀)이라는 말이 어렵고 뜻도 쉽게 와닿지 않는다.

동·식물원이나 박물관에 가면 시민들은 필연적으로 전문용어를 마주하게 된다. 일부 전문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 된 주석보다 그림으로 된 보충 설명이 효과적일 수 있다. ‘총상’의 말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무한 화서의 하나. 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어서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끝까지 핀다. 꼬리풀, 투구꽃, 싸리나무, 아까시나무의 꽃 따위가 있다”고 돼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림을 보고 이해하는 게 훨씬 더 빠를 듯하다. 식물원이나 동물원, 박물관, 문화재 관련 안내문에 그림 각주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원추꽃차례(圓錐꽃次例)에서 원추의 한자를 보면 ‘둥글 원’ ‘송곳 추’자를 쓴다. 벼, 남천 따위를 떠올리니 이해가 되지만 ‘원추’는 ‘원뿔’의 옛 표현이므로 ‘원뿔꽃차례’라고 해야 한다.
원추꽃차례(圓錐꽃次例)에서 원추의 한자를 보면 ‘둥글 원’ ‘송곳 추’자를 쓴다. 벼, 남천 따위를 떠올리니 이해가 되지만 ‘원추’는 ‘원뿔’의 옛 표현이므로 ‘원뿔꽃차례’라고 해야 한다.

‘수분’은 ‘가루받이’로…

‘포과수’의 꽃은 밤에 개화하며 박쥐에 의해 밤에 수분이 된다고 한다. 수분(受粉)은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花粉)이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을 말한다. 보통 바람, 곤충, 새, 또는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를 보니 수분은 ‘가루받이’로 순화할 수 있겠다.

‘황종화’는 노랑 통꽃으로 원추꽃차례에 달리고 더운 기후와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며 향기가 좋아 벌, 나비를 끌어들인다. 원추꽃차례(圓錐꽃次例)에서 원추의 한자를 보면 ‘둥글 원’ ‘송곳 추’자를 쓴다. 벼, 남천 따위를 떠올리니 이해가 되지만 ‘원추’는 ‘원뿔’의 옛 표현이므로 ‘원뿔꽃차례’라고 해야 한다.

‘원종고무나무’ 설명 팻말을 보자. ‘유액이 나오고 기근을 발생시킨다. 엽육이 두텁고 원형이며 밝은 광택이 있다’라는 설명에서 유액(乳液)은 식물의 유조직 세포와 유관(乳管) 속에 들어 있는 액체를 말한다. 흰색이나 황색으로 라텍스, 효소, 알칼로이드 따위가 포함돼 있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유액을 ‘젖빛진’으로 순화했다. 기근은 ‘공기뿌리’를 말한다.

수생원으로 이동했다. “우물에서 흘러나온 물이 계류를 통과해 포석정, 안압지 입수구를 거쳐 수생원으로 물이 유입된다”라는 설명에서 계류(溪流)가 어려웠다. 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을 계류라고 한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에 따르면 구근(球根) 대신 될 수 있으면 ‘알뿌리’를 쓰라고 돼 있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에 따르면 구근(球根) 대신 될 수 있으면 ‘알뿌리’를 쓰라고 돼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이라는 ‘시체꽃’을 봤다. 시체꽃은 세계에서 제일 냄새 나는 꽃으로 지독한 냄새로 곤충을 유인해 수정하며 종자를 만든다. “이 식물은 곤약속 식물로서 땅속 구근을 가지고 있으며”라는 설명에서 구근이라는 말이 어렵다. 구근(球根)은 지하에 있는 식물체의 일부인 뿌리나 줄기 또는 잎 따위가 달걀 모양으로 커지며 양분을 저장한 것을 말한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에 따르면 구근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알뿌리’를 쓰라고 돼 있다.

‘호랑가시나무’의 원산지는 한국으로 전북 이남 해안의 산지에서 자란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혁질로서 윤채가 나며 가시가 있다. 핵과인 열매는 9~10월에 붉게 익어 겨우내 매달려 있다”는 설명에서 혁질(革質)은 식물의 표피 따위에서 볼 수 있는, 가죽과 같이 단단하고 질긴 성질을 말한다. 윤채(潤彩)는 윤이 나는 빛깔을 말하고 핵과(核果)는 단단한 핵으로 싸여 있는 씨가 들어 있는 열매를 말한다. 복숭아, 살구, 앵두 따위가 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교수 김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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