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방역업무 전가” 교원단체 반발…학부모 “그렇게라도 수업해야”

교육부 학사운영 방안 발표에 교원단체 비판
“쌍방향 수업 비효율…아직 환경 못 갖춘 곳도”
반면 학부모 쪽 “그렇게라도 수업 전달 필요해”

7일 오전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2022학년도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등교 수업을 원칙으로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상황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신속항원검사 활용 등 학교 내 진단 검사 체계도 바뀔 전망이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새 학기에 학교가 자체 검사 체계를 운영하고 감염 상황에 따라 등교 여부를 결정하는 2022학년도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등교와 방역에 있어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한 것인데, 교원단체들은 방역업무를 학교 현장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학부모들은 완화된 방역지침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학업공백이 더 이상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7일 정부의 학사운영 방안이 발표되자 잇달아 입장을 내고 “학교에 과도한 방역 업무와 책임을 부과해 교육활동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교사에게 역학조사 및 조치, 신속 항원 검사 등 추가적이고 과도한 방역업무, 책임까지 부과하는 방안”이라며 “이래서는 교육 회복도 방역도 제대로 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전교조 역시 “올해에도 교원들은 학교가 알아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방역 당국과 보건당국의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 방역은 교육청과 방역 당국이 지원하는 체계로 가고 학교는 교육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현장에서는 특히 등교중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 장면을 실시간 송출하는 ‘쌍뱡향 참여’ 수업에 대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학생들이 정상수업을 받지 못한지 2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쌍방향 참여를 위한 기술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북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오아무개씨는 “교육부를 통해 학생과 학교를 연결할 수 있는 서버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오전 조회조차 느리고 오류가 많이 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이런 수업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인천의 중학교 교사 박아무개씨는 “화면 조정이 어려워 아이들이 필기 내용이 잘 안 보인다고 하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게 쉽지 않아 집중력도 떨어진다. 결국 나중에 학교에 오게 되면 다시 한번 짚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충남의 교사 최아무개씨 역시 “카메라를 꺼놓거나 갖추지 못한 학생도 있어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이 힘들다. 기존 원격수업은 원격수업을 위한 자료를 따로 만들지만, 현장 수업 송출은 기존 수업을 그대로 찍는다는 점도 효율이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쌍방향 참여 수업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와 달리, 학부모들은 지난 2년간 교육 결손이 심각했던 현 상황에서 그렇게라도 수업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정아무개씨는 “지금이 코로나 첫 해도 아니고 아직까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 쌍방향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설명에 기가 찬다. 사교육업체들은 진즉부터 실시간 송출 쌍방향 수업을 해왔다”며 “지난 2년 동안 공교육은 사실상 아이를 방치해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아이들이 제대로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한 반에 두세 명 자가격리를 하더라도 그 아이들은 콘텐츠를 받지 못하는 것보다 학교 현장수업을 보고 있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비를 갖추는 부분은 진작 했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전국적으로 구축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짚었다.

인터넷 맘카페 등에도 학습결손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 누리꾼은 “학원에만 의존하는 아이들은 상관없을지 모르겠지만, 학교 생활 열심히 하는 아이들의 부모는 학교 등교가 매우 중요하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코로나가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데 계속 확진자 1명에 전부 온라인은 아니라고 본다”며 “상황에 맞춰 학교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도 현 상황에서는 실시간 수업을 전하는 방식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이상수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학교의 여건과 선생님들의 상황이 가능하다면 학교에서 이뤄지는 실시간 수업을 격리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필요하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의 대체학습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