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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만 5살 입학’…“원점서 다시 논의 시작해야”

등록 2022-08-04 08:00수정 2022-08-04 09:05

불신 자초·정책 동력마저 상실
정부, ‘사회 합의 시작점’ 항변에도
“정부 방안 첫단추부터 어그러져”
‘공론화 실패’ 정책이 될 가능성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오후 광주 서구 서석고에서 학생 안전 관련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오후 광주 서구 서석고에서 학생 안전 관련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만 5살 초등학교 입학’을 핵심으로 한 학제 개편 논란에 대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사회적 합의의 시작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수습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찬반을 떠나 학제 개편 논의가 대표적인 ‘공론화 실패’ 정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장기간 다양한 사회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칠 학제 개편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제시→정책 연구와 의견 수렴’ 순으로 추진하려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정책 동력 상실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중장기 교육 계획을 맡게 될 국가교육위원회 주도로 원점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3일 정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교육부는 조만간 ‘학제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취학현황, 지역별 수요, 교원·시설 등 여건을 분석한 뒤 하반기 학부모 1만명, 학생 1만명 규모의 수요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학제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정부 때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때처럼 의제 설정과 공론화 방식 등이 향후 또다른 논란을 초래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전에 이미 사회적 합의의 첫 단추부터 어그러졌다고 본다. 과거에 실패한 정책을 별다른 분석과 개선 없이 다시 제시한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만 5살 초등학교 취학은 육아정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보고서에서 교육적 설득력이 약하고 시민의 지지 또한 낮은 정책으로 여러 차례 분석됐다. 한 예로, 육아정책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유아 의무교육 및 무상교육·보육의 쟁점과 과제’ 연구에서 유치원 단체, 어린이집 단체, 유아교육 학회, 시·도교육청 등의 의견을 두루 청취했다. 단체들은 학제 개편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만 5살 초등학교 입학’이 그 내용이 되는 것에는 모두 반대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우선 교육부 내부 경험자에게 과거 실패 원인을 듣고, 시·도 교육감, 학부모 등의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미리 청취한 뒤 이전과 달라진 상황과 조건, 부작용에 대한 대안 등을 분석해 좀 더 나아간 방안을 공론화할 정책으로 제시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를 중심으로 학제 개편 논의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초등 입학연령 하향은 초·중·고 12년간의 학제 개편, 초등 교과 과정 변경, 돌봄 지원 대책 등이 맞물려 논의돼야 한다. 애초 학제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0조에서 국교위의 소관 사무로 적고 있기도 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국교위가 주도하는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교육부가 주도하는 정책이라면 정부가 바뀌었을 때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국교위법에 따라 예정된 출범일(7월21일)을 보름 가까이 넘긴 이날까지 국교위 위원 구성도 다 마치지 못한 상태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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