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디지털 분야 인재 100만명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현재 양성 규모의 2배에 달하는데,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보다 26만2천명이 많은데다 경기변동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과잉공급 우려가 나온다.
22일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자 국정과제인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것으로 교육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마련했다. 디지털 인재는 인공지능, 일반 SW(블록체인 포함), 빅데이터, 메타버스(AR, VR 포함),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5G‧6G, 사이버보안 등 8개 분야의 디지털 신기술을 개발·활용·운용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뜻한다.
이번 방안에 따라 디지털 인재 양성 규모는 현재보다 2배로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정부 재정사업 기준 약 9만9천명이 양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총 양성 규모는 49만명인데 2배인 10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양성 규모를 늘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향후 5년 동안 8개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가 73만8천명이라는 점을 꼽았다. 수요보다 26만2천명 많은 100만명을 목표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고등교육기관의 평균 취업률(70%)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수요 예측을 신뢰할 수 있느냐다. 교육부 관계자는 “8개 분야별 전문연구기관의 실태조사를 근거로 기술발전 속도를 고려한 취업자 순증가율을 추산했고 이직·전직 등 대체수요가 총 고용시장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도출·합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정작 현재 8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 규모나, 향후 8개 분야별 성장 전망치조차 밝히지 않았다. 대신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해 (공개하지 못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해명만 내놨다.
경기변동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과잉 공급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과잉공급은 업체에게는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지만, 학생에게는 불투명한 미래”라며 “정부를 믿고 진학했다가 취업이나 처우 등에서 낭패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스스로도 이날 “디지털 분야는 기술 발전 속도와 경기 변동이 커, 인재 수요의 정밀한 전망에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당 정책위는 “스스로 경기변동이 크다고 밝히면서 만약의 경기 하강을 대비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디지털 인재 역시 앞서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과 마찬가지로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학과 신·증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정원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기로 해 수도권 쏠림 현상 우려가 재차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수도권 정원 ‘여유분’ 8000명 안에서의 증원은 괜찮다는 입장이다. 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 대학의 총정원은 11만7천여명으로 묶여있는데 지난해 기준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은 10만9천여명으로 8000명은 증원해도 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한 전직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8000명은 수도권 대학들이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줄인 감소분”이라며 “여유분이라는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되고 그동안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려고 했던 노력을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는 수도권 대학이든, 지방대든 동일하게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미충원 사태를 겪고 있는 지방대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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