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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윤 대통령 세 번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게 필요한 세 가지 필수 덕목

등록 2022-09-11 20:29수정 2022-09-12 15:12

김인철 후보자·박순애 전 장관 ‘반면교사’
도덕성·전문성·정무감각 3박자 갖춰야
코로나19 재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재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8일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사퇴하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차기 교육 수장을 찾는 기간이 기약없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열심히 찾으면서 동시에 검증을 해나가고 있다. 신속하게 장관 후보를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시점은 8월23일입니다. 추석 연휴 전에 후보자를 지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연휴 직전인 7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마찬가지로 공석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조규홍 복지부 1차관을 지명했지만,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증을 하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 말씀드리겠다”며 지명을 미뤘습니다.

교육 수장 자리가 빈 교육계는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수도권대 증원을 허용한 첨단분야 인재양성 방안에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고, 유·초·중·고 교육비의 주요 재원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에는 17개 시·도교육감들이 모두 반대하고 있습니다. 차기 교육 수장은 교육 현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을 잘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낙마한 김인철 후보자와 취임 34일 만에 사실상 경질된 박 전 장관을 ‘반면교사’ 삼아 차기 교육 수장이 갖춰야 할 역량을 정리해봤습니다.

이번엔 부디 교육 전문가를

먼저 전문성입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박 전 장관은 공공행정 전문가입니다. 전공은 성과관리, 환경정책, 위험관리, 정책평가 등입니다. 5월26일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교육계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전문성 결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물론 교육부 장관이 반드시 교육 분야를 전공한 교육 전문가여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역대 최장수 교육부 장관 기록을 세운 유은혜 전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었고 경제학(이주호)이나 기계공학(이준식)을 전공한 교수도 있었습니다. 박 전 장관도 적극 반박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후보자 지명 다음날 출근길에서 “교육현장에 뛰어든지 20년이 넘었고 교육부와도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 이야기도 해왔다”며 “현장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8월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에서 정지현 사교육없는세상 공동대표의 손을 억지로 잡았다가 거절당했다. 연합뉴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8월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에서 정지현 사교육없는세상 공동대표의 손을 억지로 잡았다가 거절당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박 전 장관은 ‘만5살 초등학교 입학’ 파동에서 보듯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교육 현안이 얼마나 민감한지조차 제대로 몰랐던 것 같습니다. 초등 입학연령을 현행 만6살에서 만5살로 낮추면서 2018년 1월~2022년 12월생 25%를 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앞당겨 입학시키는 방안을 내놨다가 다시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 행보로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이해관계 첨예한 교육정책엔 ‘정무감각’ 필수

전문성 못지 않게 정무감각도 중요합니다. 정무감각이란 말하자면 정치적 판단을 하는 능력인데요, 교육부 장관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들을 두고 의견 조율과 설득 작업을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특히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 3주체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박 전 장관은 7월29일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추진을 밝힌 뒤 학부모들의 거센 비판이 계속되자 8월2일 뒤늦게 학부모 단체와의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정책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들 앞에서 박 전 장관은 “만약 제가 (7월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이런 화두를 던지지 않았다면 언제 우리가 학부모 목소리, 가슴 아픈 사연을 직접 이야기하면서 같이 논의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안 그래도 화가 난 학부모들 마음에 기름을 부은 셈입니다.

박 전 장관 사퇴 이후에는 박 전 장관이 교육부 간부들에게 ‘맘카페’에 접속해 댓글 등으로 ‘만5살 입학’ 정책을 설명해달라고 주문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교육부 내부 반발로 결국 지시를 철회했다고 하는데요, 안팎으로 신망을 잃은 모양새입니다.

교육부장관에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

마지막으로 도덕성입니다. 타 부처 수장보다 교육부 장관에게는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사회부총리를 겸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학생들이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인물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취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박 전 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한 것 자체가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교 갑질 논란, 논문 표절 의혹까지 잇따랐지만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는 말로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김인철 후보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 후보자는 ‘온 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으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8년 동안 한국외대 총장으로 재임한 김 후보자는 2019년 교육부로부터 받은 회계부분 감사에서 경징계 5건을 포함, 모두 14건에 이르는 개인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교육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인물이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된 셈입니다.

낙마 단골 소재인 논문 표절 의혹도 빠질 수 없습니다. 김 후보자는 제자의 박사 논문을 짜깁기해 학술지에 연구논문을 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여기다 이른바 ‘방석집’이라 불리는 고급 음식접에서 제자의 박사논문 심사를 진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윤석열 정부가 폭넓게 교육부 장관 인재를 구하고 제대로 검증하길 바랍니다. 박 전 장관은 역대 교육부 장관 가운데 5번째로 임기가 짧습니다. 교육 수장의 잦은 교체로 인한 혼란은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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