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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요망은 ‘바람’, 아이스 브레이킹은 ‘어색함 풀기’로 바꿔볼까

등록 2022-11-14 17:00수정 2022-11-14 19:25

연재ㅣ쉬운 우리말 쓰기
학교 가정통신문 속 우리말 ➅

학령기는 ‘학교 갈 나이’
모색은 ‘찾다’로 순화
신장은 ‘키우다’
일체는 ‘모든 것, 전부’로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기숙사비 납부에 관한 학교 가정통신문에서 ‘입금 요망’이라는 말이 어렵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는 요망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바람’을 쓰라고 돼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을 받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기숙사비 납부에 관한 학교 가정통신문에서 ‘입금 요망’이라는 말이 어렵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는 요망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바람’을 쓰라고 돼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을 받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학교 가정통신문 속 우리말 마지막 연재에서는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신청 및 교육비 납부 등에 관한 쉬운 우리말을 살펴보려 한다.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참여 모집에 관한 가정통신문을 보자. ‘핵심역량을 체득하는 행복한 배움의 학교를 실현하고자’라는 말에서 체득(體得)은 ‘몸소 체험하여 알게 됨’이라는 뜻이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체득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터득’을 쓰라고 돼 있다.

신청 자격을 보니 ‘초중고 학생 및 학령기 학교 밖 청소년’이다. 학령기는 초등학교에서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할 만 6~12살 시기를 말한다. 학령의 순화어는 ‘학교 갈 나이’다. ‘학령기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 갈 나이의 학교 밖 청소년’으로 바꾸어 쓰면 되겠다.

‘편성’은 ‘엮어 만듦’

학생 봉사활동 안내에 관한 통신문을 보자. ‘본교에서는 학생 봉사활동을 교육과정에 편성된 봉사활동, 교육과정 외 학교 자율로 편성하는 봉사활동, 개인별 봉사활동으로 나누어 실시하고 있습니다’에서 편성(編成)이 어렵다. 편성은 ‘엮어 모아서 책·신문·영화 따위를 만듦’, ‘예산·조직·대오 따위를 짜서 이룸’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여기서는 두 번째 뜻으로 쓰였다. 고쳐진 행정 용어 고시 자료를 보니 ‘편성’과 순화어 ‘엮어 만듦’을 함께 쓸 수 있다고 돼 있다.

‘학생의 무단결석 중 실시한 봉사활동 관련 조치 사항’으로 이어지는 문장에서 무단결석(無斷缺席)은 ‘사전에 허락을 받거나 사유를 말하지 않고 결석함. 또는 그런 결석’을 말한다. 자주 쓰는 말이기에 뜻을 알고 있지만 풀어 쓰면 더욱 이해하기 쉽게 다가온다. 서은아 교수(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는 “‘학생의 무단결석 중’이라는 말은 매우 어색한 말로 ‘허락을 받지 않고 결석한 학생 중’이라고 바꾸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 보충 집중 프로그램 운영 만족도 조사’에 관한 안내문을 보자. ‘1학기 프로그램 운영 만족도 의견을 직접 수렴하여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모색코자 실시하는 것이오니 솔직하고 성실한 답변 부탁드립니다’에서 모색(摸索)이 어렵다. 모색은 ‘일이나 사건 따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실마리를 더듬어 찾음’을 이른다. ‘모색하다’는 ‘찾다’로 바꾸면 더 이해하기 쉽다. 즉 ‘개선 방향을 모색코자’는 ‘개선 방향을 찾고자’로 바꾸어 쓸 수 있겠다.

일본어 투인 ‘양식’은 ‘서식’으로

경기도의 한 중학교 독서 대회 실시에 관한 통신문을 보자. ‘독서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표현력 신장을 위한 독서 대회’라고 돼 있다.

‘표현력 신장(伸張)’에서 신장은 ‘세력이나 권리 따위가 전보다 더 커지거나 늘어남’을 뜻한다. 법제처가 제안한 신장의 순화어는 ‘높임’ 또는 ‘증대’인데, ‘표현력 높임’이나 ‘표현력 증대’는 어색하다. 문맥을 고려해 ‘표현력 신장을 위한’을 ‘표현력을 키우기 위한’으로 바꾸어 쓰는 것은 어떨까?

‘아무개 장학금’ 장학생 선발 안내에 관한 통신문에서 선발 기준을 보니 ‘최근 1년간 타 장학금 수혜를 받고 있지 않은 학생’이라는 말이 나온다. 수혜(受惠)는 ‘은혜를 입음. 또는 혜택을 받음’이라는 뜻이다. ‘장학금 수혜를 받고 있지 않은 학생’이라는 말은 전형적인 군더더기 표현이다. 앞에 오는 ‘수혜’라는 말에 이미 ‘받다’라는 뜻이 포함돼 있는데, 뒤에 ‘받다’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수혜’를 쓰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그냥 ‘장학금을 받지 않은 학생’이라고 하면 된다.

위의 통신문에서 ‘제출서류는 일체 반환하지 않습니다. 첨부된 양식과 증빙서류를 담임선생님 또는 교무부에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이 이어진다. 일체, 첨부, 양식, 증빙이라는 말이 어렵다.

여기서 일체(一切)는 ‘모든 것’을 뜻한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일체’는 ‘모두’, ‘모든 것’, ‘전부’를 함께 쓸 수 있다고 돼 있다. 첨부(添附)의 뜻은 ‘안건이나 문서 따위를 덧붙임’이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는 ‘첨부’와 ‘덧붙임’을 함께 쓸 수 있다고 돼 있다.

한편 어떤 행위를 그치게 하거나 하지 않을 때는 ‘일체’가 아니라 ‘일절’을 써야 한다. 아울러 ‘일절’의 순화어는 ‘절대로’이다.

양식(樣式)은 일정한 모양이나 형식을 이른다.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와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를 보니 양식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서식’을 쓰라고 돼 있다. 증빙(證憑)은 ‘신빙성 있는 증거로 삼음. 또는 그 증거’를 말한다. ‘증빙’은 ‘증거’로 순화할 수 있다.

‘익일’은 ‘이튿날’로

‘동복비 관련 납부 안내’에 관한 가정통신문을 보니 ‘납부 기한: 하루 전까지 입금요망’이라고 돼 있다. 요망(要望)은 어떤 희망이나 기대가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인데,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요망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바람’을 쓰라고 돼 있다.

“공적인 문서에서 고유어보다 한자어를 쓰는 것이 덜 무례해 보인다”고 말하거나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에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가장 일상적인 공문서인 학교 가정통신문에서만큼은 순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남의 한 고등학교 기숙사비 납부일 안내 통신문을 보자. ‘2분기 기숙사비 고지. 매주 수요일에 인출됩니다. 문의는 오후 3시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에서 고지, 인출, 익일이라는 말이 어렵다.

고지(告知)의 사전적 정의는 ‘게시나 글을 통하여 알림’이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를 보니 고지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알림’을 쓰라고 돼 있다. 인출(引出)은 ‘끌어서 빼냄, 예금 따위를 찾음’이라는 뜻이다.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인출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돈 찾음’, ‘찾음’을 쓰라고 돼 있다.

익일(翌日)은 어느 날 뒤에 오는 날을 이른다.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익일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이튿날’을 쓰라고 돼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체육대회 안내문을 보자. ‘1교시: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는 말이 보인다.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일을 말한다. 아이스 브레이킹의 순화어는 ‘어색함 풀기, 서먹함 깨기’이다.

연재를 마치며…

지난 6월부터 ‘과학관·천문대 속 우리말’, ‘학교 가정통신문 속 우리말’을 연재하며 우리 일상 속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공언어가 왜 필요한지 알아봤다. 지난해 ‘동·식물원 속 우리말’ 연재 이후 올해에도 쉬운 우리말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 있는 과학관과 천문대에서 만난 어린이들이 “이 말은 이렇게 바꿔보면 어때요?”라며 함께 고민해준 순간들이 모여 12회 연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흔히 순화어라고 하면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한데 순화어는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꾼 것을 말한다. 과학관이나 천문대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이 “쉬운 우리말을 쓰고 싶어도 어디에서 찾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국어문화원연합회 누리집(www.kplain.kr)에 접속해 ‘정보마당-쉬운 우리말 사전’ 항목을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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