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기름 솥에서 음식을 튀기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10명 중 3명꼴로 폐 결절이나 폐암 의심 등 폐 이상 소견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급식 노동자들은 폐암으로부터 안전한 조리실에서 일하고 싶다며 조리실 환기시설 개선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근로복지공단이 폐암으로 숨진 급식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처음 인정한 후, 고용노동부는 같은 해 12월 55살 이상이거나 급식 업무를 10년 이상 한 현직 급식 종사자에 대해 저선량 폐 시티(CT) 촬영을 하라는 내용의 건강진단 기준을 마련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건강진단이 진행 중인데, 경기·충북·경남을 제외한 14개 시도교육청 소관 공립학교와 교육부 소관 국립학교의 진단 결과가 이날 공개됐다.
교육부가 집계한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검진 중간 현황’을 보면, 건강 진단을 받은 1만8545명 중 5337명(28.8%)이 폐 결절이나 폐암 의심 등 이상 소견을 보였다. 이 중 양성결절 진단을 받은 이는 4706명(25.4%), 폐암이 의심되거나 매우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이는 187명(1.01%)이다.
시도교육청별로는 인천시교육청 급식노동자 중 폐 관련 이상 소견을 보인 비율이 48.7%로 가장 높았고, 서울시교육청(44.2%), 대구시교육청(37.4%)이 뒤를 이었다. 폐암 의심 소견으로 좁히면 광주시교육청(2.1%), 서울시교육청(1.8%), 인천시교육청(1.7%) 순이다.
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급식 종사자의 ‘폐암 의심’ 비율은 국내 35살 이상 65살 미만 여성의 폐암 발생률과 비교하면 약 35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9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35~64살 여성의 인구 10만명당 암 환자 수는 28.8명, 백분율로는 0.0288%다. 이번 건강진단에 참여한 급식노동자 중 폐암 의심 진단을 받은 비율인 1.01%과 35배 차이다. 건강진단에 참여한 급식노동자는 대부분 55살 이상 여성이며 40~50대 여성이 현재 학교 급식 노동자의 주축을 이룬다.
쌓여 있는 반찬통과 조리 도구 등을 설거지하는 급식조리원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대회를 열어 ‘집단임금교섭승리!’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 해소와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교육교부금 축소 반대 등을 주장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음식을 튀기고 볶을 때 나오는 발암물질인 ‘조리흄’(cooking fumes)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이 급식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교육공무직본부 등에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고용노동부에 △조리실 환기시설 개선 △급식 노동자 1인당 식사 담당 인원 감축을 포함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다.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환기시설의 구조와 성능 등을 정한 ‘학교 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를 제작한 바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 정경숙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은 “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경남교육청만 시범 운영 중”이라며 “그나마 (환기시설 개선을 위한) 자체 계획을 가진 교육청도 4곳뿐”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환기시설 개선 계획은 모든 시도교육청이 마련하고 있고 교육부도 독려 중”이라며 “이미 지어진 조리실은 공사가 제한적인 데다 급식을 안 하는 방학 중에 공사가 가능하다보니,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와 교육부, 교육청 등 관계부처는 이번 진단 결과를 취합한 뒤 분석을 통해 추가 검진 필요성을 판단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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