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출범식이 지난 8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단체들은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권을 보장하기 위해 포괄적 성교육 및 임신중지권 보장 교육 시행,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 및 종합정보 제공 시스템 등 7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1월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서 기존 교육과정에 담긴 ‘성평등’과 ‘성소수자’ 용어를 지운 교육부가 결국 ‘재생산권’ 용어도 삭제한 개정안을 국가 교육과정 심의·의결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에 6일 상정했다. 국제사회가 재생산권을 사회 전 영역에서 보장해야 할 권리로 인정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상정안을 두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생산 권리란 차별이나 폭력,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임신·출산 여부와 그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임신·출산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받을 권리 등을 포괄하는 말이다. 이 권리는 28년 전인 199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유엔 국제인구개발회의에서 인권으로 인정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9일 고교 보건 과목에서 기존에 사용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바꾼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후 이번 상정안에서는 이를 ‘성 건강 및 권리’로 다시 수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에) 낙태 허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이 들어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물론 국제적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나영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2016년 ‘성과 재생산 건강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을 통해 섹슈얼리티와 관련되는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를 뜻하는 ‘성 건강’과 재생산 건강은 깊이 연관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당사국들에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포괄적인 교육을 하도록 요구했다”며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성 건강 및 권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어서, 이 중 어떤 영역을 빼고 다룬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재생산권을 말할 때 임신중지 내용이 빠질 수 없다. 그런데 국가교육위원회 상정안에도 임신중지 내용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형법 낙태죄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지 햇수로 3년이 지난 시점에서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된 임신중지권을 교육과정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와 사회가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다룰 수 있는 내용이 교육 내용에 반영되지 않은 점 역시 굉장히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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