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린 30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마스크 벗고 활짝 웃고 있다. 정부 이날 0시부터 대중교통과 의료시설, 감염취약시설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조정했다. 공동취재사진
“이제 마스크 벗고 싶은 사람은 벗어도 돼요!”
30일 오전 9시 서울 광진구 광장초 2학년 1반 교실. 담임 교사의 안내에도 아이보리 색 마스크를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하며 망설이던 장아무개(9)양이 조심히 마스크를 벗었다. 장양은 다소 들뜬 목소리로 “너무 떨린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시작된 마스크 의무화 조치로 장양은 초등 1·2학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다. 같은 반 친구여도 함께 급식을 먹은 경우가 아니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장양은 이날 초등학교에 들어와 처음으로 교실에서 얼굴을 온전히 드러냈다. 장양은 “친구들도 (그동안) 제 얼굴을 못 봤으니까 (마스크를 벗으면) 그게 부끄럽다”면서도 “(기분) 좋은 부끄러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30일부터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과 의료기관·약국, 대중교통수단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수업을 듣는 게 가능해졌다. 27개월 만의 해제 조치에 학생들은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을 볼 수 있게 됐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다만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탓에 마스크를 벗기를 꺼려하는 이들도 상당수라 교육 현장이 마스크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장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과 안 쓴 학생들이 한반에서 같이 수업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장양과 같은 반인 신아무개(9)군은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는 게 가장 좋다고 답했다. 서군은 “친구들이랑 말할 때 전보다 편하게 말할 수 있다. 친구들 얼굴을 보는 것도 새롭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은 마스크를 벗은 기분을 묻는 교사의 질문에 “어리둥절해요” “어색해요” “시원해요” “코로나가 없어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오지영 광장초 교감은 “마스크를 벗으면 상대방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표정도 잘 읽을 수 있게 되는데 아이들도, 교사도 이런 점에서 기대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초에서는 실내마스크 의무는 해제하되 급식실 칸막이, 손소독, 발열체크 등 기존의 방역조치는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반기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마스크를 벗는 걸 낯설어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 광장초 정문으로 등교한 학생들 대다수가 익숙한 듯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고 마스크를 벗은 학생은 1명뿐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 4학년 허아무개(11)군은 “코로나에 걸릴까봐 걱정돼 수업에 들어가고 나서도 마스크를 계속 하고 있으려고 한다”며 “친구들 얼굴을 보는 것도 좋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계속 마스크를 하고 지내서 낯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5학년 최아무개(12)양은 “아직 어색해서 다른 친구들 벗는지 안 벗는지 눈치를 보려고 한다”며 “제일 친한 친구들이 벗으면 따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마기꾼’이라는 말도 있는데 애들이 놀릴까봐 안 벗는 친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또한 쉽사리 마스크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모습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찾은 서울 마포구 ㄱ어린이집에서는 0∼3살반 원생 13명 중 0살반 원생 1명과 2살반 원생 1명을 뺀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이 어린이집은 0∼2살반 원생들에겐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고 3살반에게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출근한 5명의 교사들도 모두 마스크를 한 채 일했다. 이 어린이집 교사 ㄴ씨는 <한겨레>에 “최근 코로나에 걸린 선생님도 있고 아동들이 서로 감기를 옮길 수도 있어서 답답해하지 않는 아이들은 되도록 마스크를 쓰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ㄴ어린이집 역시 선생님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이 어린이집 교사는 “오늘 아침에 중구청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가급적 선생님들은 마스크를 썼으면 좋겠다’는 지침이 내려와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고 선생님들은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만2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김아무개(36)씨는 “아이들이 한창 언어를 배울 때이니 선생님들이 마스크를 벗고 아이들에게 표정과 입모양 등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