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유아교육·보육 관리체계 통합(유보통합) 추진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검색창에 ‘에스레터’를 쳐보세요.
30년 동안 공회전을 거듭하던 ‘유보통합’(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에 갑자기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2025년부터 만 0~5살 영유아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합친 ‘교육·돌봄 통합기관’에 다니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만 0~2살은 어린이집에서 교육과 보육을 모두 담당하고 있으나, 만 3~5살 시기엔 교육과 보육이 유치원·어린이집으로 이원화돼 있다. 보건복지부(어린이집)와 교육부(유치원)로 관할 부처도 다르고 어린이집은 사회복지기관, 유치원은 학교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교사 자격 기준과 학비·보육료 재원도 달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어딜 다니느냐에 따라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추진 방안에는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빠져 있다. 특히 유보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자격과 양성 체계 통합 문제가 그렇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원격대학·학점은행제 등으로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학점을 이수하면 자격을 얻지만,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등을 졸업해야 한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임용시험까지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유치원 교사들은 ‘유보통합 강제추진 결사반대’ 연대를 결성해 지난달 25일 집회를 시작으로 연일 단체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들은 “지금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성급한 유보통합 추진이 아닌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도 보도자료에 실린 교육부의 ‘자문자답’은 안이하기 그지없다. ‘교사들의 우려에 대한 대안은?’이라고 묻고는 “교사들과 함께 소통하며 합의점을 찾아나가겠”단다. ‘유보통합 하면 교사 자격이 바로 통합되냐’는 질문에도 “학부모 안심의 관점에서 자격·양성 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속 빈’ 답변을 내놨다.
최소한의 밑그림이 나오려면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교사 자격 및 시설 기준 개선 등을 포함한 새로운 통합 기관의 모습은 정책연구와 유보통합추진위원회 논의를 통해 올해 말에 시안을 마련해 내년에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시안이 나올 때까지 교육 현장은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 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 보니 “이번에 꼭 발표해야 했나 여겨질 정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내어 “유보통합의 가장 큰 과제는 교사 자격 및 양성 (통합)인데 여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입장문을 내어 “유치원 교육 여건을 개악하거나 유치원 교사의 신분, 처우를 저하시키는 어떠한 유보통합 방안도 졸속으로 추진돼서는 안 되며, 만일 그런 방안이 논의된다면 교총은 가장 먼저, 가장 앞서서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2025년을 시작으로) 완벽한 유보통합 시점을 2026년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6년은 윤석열 정부 5년차가 되는 해이다. 이번 발표만 봐서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