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2023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년째 대학등록금이 동결된 가운데 전국 4년제 대학 10곳 가운데 3곳은 올해~내년 사이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그동안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국가장학금 일부를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왔는데, 최근 물가 급등으로 등록금을 올리는 게 교육부 장학금 지원을 받는 것보다 재정적으로 유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2023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 참석 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14명(질문에 따라 응답자 수 다름) 가운데 45명(39.47%)이 “내년쯤 등록금 인상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인상 계획을 밝힌 45명은 수도권대 총장이 15명, 비수도권대 총장 30명으로, 비수도권 대학에서 인상 기조가 더 두드러졌다. “올해 1·2학기에 인상한다”고 답변한 11명까지 합치면 인상(계획) 비율은 49.12%까지 오른다. 반면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고 답한 총장은 39명(34.21%)에 그쳤다. 대교협 회원 대학이 193곳(사관학교·경찰대 제외)인 점을 감안하면 4년제 대학 30%는 등록금을 올릴 예정인 셈이다.
현재 대학은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받으려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로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이 지난해 1.65%에서 올해 4.05%로 높아지면서, 등록금 인상분이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액보다 큰 경우가 생겼다. 이에 대학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실제 동아대가 지난달 27일 최근 사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학부 등록금을 3.95% 인상키로 결정했다. 등록금 인상분은 약 50억원,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액은 약 20억원으로 알려졌다.
동아대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학교 쪽은 “등록금 인상분은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활용하되, 장학금 보전을 위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 위원들은 등록금 인상 부담이 있다면서도 등록금 인상분 사용계획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인상에 찬성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 연구원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고물가 상황에서 등록금까지 오르면 서민 입장에서는 경제적 압박이 매우 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를 방관하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장학금 지원액을 늘리거나, 향후 글로컬 대학 선정에 등록금 인상 여부를 연계시키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인상은 대학 재정의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모든 대학을 다 살릴 수는 없다”고 발언한 가운데 설문에 응한 대학 총장 절반 이상이 향후 10년 안에 4년제 대학 30개 이상이 폐교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11명 가운데 73명(65.77%)이 이같이 답했다. 구체적으로 31~40곳라고 답한 총장(30명)이 가장 많았고, 60곳 이상이 17명, 50~60곳이 16명, 41~50곳이 10명 등이었다. 대교연에 따르면, 2020년 51만명이었던 만 18살 학령인구는 2024년 43만명→2035년 37만명→2040년 28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이날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별개로 대교협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4년제 대학 124곳 총장이 해당 설문조사에 응했는데, 대학 총장의 75.8%가 ‘국가장학금 Ⅱ 유형과 등록금 연계정책 폐지’를 가장 규제 개혁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았다. 재정 지원이 가장 시급한 영역으로는 ‘교직원 인건비 지원’이 75.8%로 가장 많았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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