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경희대 한의예과 신입생이 되는 장연우(19)양. 장연우 제공.
“내신 한 번 망쳤다고 ‘수시 포기 정시 올인’ 외치는 친구들이 많은데, 끝까지 말리고 싶어요. 제 친구들도 내신 안 좋다고 2학년 때 정시로 대거 틀었는데, 정작 수시 원서 쓸 때 후회하는 걸 많이 봤어요. 수시를 대비한 내신관리, 즉 무조건 학교 공부부터 챙기세요.”
3월 경희대 한의예과 신입생이 되는 장연우(19)양이 대입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올해 휘경여고를 졸업한 장양은 2023학년도 대입에서 경희대 한의예과와 가천대 한의예과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 응시해 두 곳 모두 합격했다. 230명 중 3등으로 내신 1.4등급에 수능 최저(3합4)를 충족했다. 가천대 한의예과는 지역균형선발전형도 합격해 총 3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로써 아버지에 이어 한의사가 되어 가업을 잇겠다는 어릴 적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장양에게 학종 수시전형 꿀팁을 들었다.
장연우 양이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면서 풀었던 문제집들. 장연우 제공.
장연우양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면서 풀었던 문제집들. 장연우 제공.
“3년 내내 한의대를 목표로 내신 관리와 함께 학생부(학종)를 준비했어요. 내신이 일반고치고 높지 않지만, 일관되게 진로활동을 하고 교과 세특에 역점을 둔 생기부가 합격의 절반은 한 것 같아요.”
장양은 합격 비결을 이렇게 소개했다. 예를 들면, 수학은 피츠의 법칙과 연계해 왜 아픈 부위에 직접 침을 놓지 않는지를 보고서로 만들었으며, 음악은 한방음악치료에 대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발표했다. 화법과 작문 독서록에는 <허준의 후손은 고3 수험생>을 써넣었다. 장양은 “생기부의 첫 페이지를 한의대로 시작해 한의대로 마무리 지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지금 내가 이 전공에 얼마나 미쳐 있고, 대학에서 이 전공의 심화과정을 배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녹였다”고 말했다.
장양도 고1 때는 어떻게 입시 준비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평소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성적 관리를 잘 하라는 조언에 따랐지만, 친구들도 똑같은 처지이기 때문인지 기대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2학년 1학기 때는 성적이 더 떨어졌어요. 당시 저처럼 성적이 하락한 친구 중에는 내신 대신 수능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친구도 있고, 정시 준비를 위해 아예 강남으로 전학 간 친구도 있었어요.”
장양은 이들과 달리 내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정시만 믿고, 수시 기회 6번을 포기하는 건 스스로 기회를 날려버리는 건데, 너무 아깝잖아요. 대신 2학년 여름방학을 학업에 매진했죠.”
그렇다고 해서 잠을 포기한 건 아니다. 수험생에게 건강과 체력관리는 필수다. 아침 7시쯤 일어나 아침 독서를 하고, 수능 시험시간과 흡사하게 수학-국어-과학 순서대로 하루 시간표를 짜 집에서 공부했다. 스터디카페와 사교육은 거의 의존하지 않았다. 주말반 영어와 수학 학원에 다니며 부족한 부분 위주로 보완했을 뿐이고, 실질적인 수능 준비도 고3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했다.
장양은 “애초부터 수능은 ‘국·영·수 3합4’가 목표였기에 매일 국어 지문 매일 3문항씩 푸는 것 외에 추가로 공부할 게 많지 않았다”며 “과학탐구 역시 내신을 위해 암기하고 공부한 덕분에 성적이 제법 나와, 수능 한 두 달 전부터는 매일 기출 모의고사를 수능 실전처럼 풀었다”고 말했다.
장연우양은 수학능력시험을 한두 달 앞두고는 인터넷에서 수능 기출 모의고사 문제집을 다운받아 실전처럼 풀었다. 장연우 제공.
장연우양은 공부 비결로 ‘내신 공부=수능 공부’라고 여기고, 학교 수업에 집중하면서 교과서 개념을 이해하고 암기한 것을 꼽았다. 그는 “모든 과목을 통틀어 무조건 개념이 입에서 술술 나올 정도로 외웠다”고 말했다. “수능은 고난도 문제가 많이 나오는 반면 내신은 실수로 틀리는 경우가 많아 그 한 문제가 1등급 여부를 좌우해요. ‘아는 것은 무조건 100% 다 맞자’라는 마음으로 암기했어요. 시험 때도 모르는 문제에 연연하기보다 아는 문제는 절대 틀리지 말자는 게 목표였어요.”
이런 선택과 집중, 효율성의 원칙은 시험마다 적용됐다. 장양은 “수학 시험을 볼 때도 예외가 아니어서, 모르는 문제를 풀려고 애쓰는 대신 남는 시간에 푼 문제를 검토했다”며 “시험 전날 벼락치기를 할 때도 아는 것을 여러 번 보는 대신 모르는 것 위주로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문제가 잘 안 풀릴 때는 당장 풀려고 하기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다시 푸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3월 경희대 한의예과 신입생이 되는 장연우(19)양. 장연우 제공.
“밤에 공부하는 스타일이어서 아침잠이 많은 편이에요. 시험 기간에는 새벽 3시까지 공부하는 대신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낮에는 잠부터 잤어요. 나만의 생활 리듬이 있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과 맞추겠다고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건 자신만의 공부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에요. 저는 6시에 일어나 새벽 2시에 자는 평소 습관을 유지하되, 저녁식사 이후 최소 5~6시간은 오로지 ‘내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삼았어요.”
수험생이라면 모든 수업 시간에 충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장양 역시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고, 모르는 내용을 틈틈이 질문하고 필기했다. 많은 학생이 탭이나 태블릿피시를 이용하는 데 반해, 그는 “기억에 확실하게 오래 남게 하려고 연필과 종이를 사용했다”며 “선생님의 필기 내용 중 내가 모르는 부분이 나왔을 때는 (그것이 구어체일지라도) 나만의 언어로 적었다”고 말했다.
“귀찮더라도 메모하세요. 내가 모르는 것, 헷갈리는 부분을 몽땅 적으면 나중에 ‘이게 뭐지?’ 할 때가 있으니, 진짜 모르는 부분에서 키워드만 콕 찍어서 적으세요. 개인적으로는 알록달록 색을 칠하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헷갈릴 수 있으니까요.”
장연우양은 선생님의 필기 또는 수학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왔을 때는 나만의 언어로 메모를 했다고 말했다. 장연우 제공.
장양은 선생님의 필기 또는 수학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왔을 때는 나만의 언어로 메모를 했다고 말했다. 장연우 제공.
장양은 수험생들을 위한 조언으로 수업 시간에 집중할 것과 고1 때부터 내신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 그는 “1학년 때부터 성적이 좋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실패의 경험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입시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내신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무턱대고 정시로 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내신 2~3등급을 초과하는 학생들이 수시를 버리고, 정시를 잡는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의 성적 백분위는 고교 내 20~30% 선이다. 객관적으로 이 수준의 내신등급으로 여러 수시전형을 활용해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정시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수능 성공비율을 5~10%로 본다.
“서울 소재 대학은 일반고에서 내신 3~4등급만 나와도 생기부 관리만 잘 하면 학종이나 지혁균형으로 충분히 갈 수 있어요. 제 친구들 중에도 정시로 틀었으면서도 수시 기회를 마냥 버릴 수 없으니, 결국엔 후회하면서 수시 원서를 쓰더라고요. 정시만 도전했던 친구 몇몇은 결국 재수를 선택했어요.”
장양은 “중위권 성적이더라도 절대로 내신과 수시를 먼저 포기하지 말라”며 “꾸준한 성적 상승곡선을 보여준다면 학종 전형에서 상당히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학종이 이것저것 자신의 고교활동에 대해 부연설명을 할 수 있는 전형이어서, 정시보다는 덜 냉정하기 때문이다. 성적을 끌어올린 노력과 열정, 학업 스트레스 등을 극복하게 된 과정을 부각할 수 있어 성적이 조금 낮아도 만회할 소지도 충분하다. 그는 “내신이 부족하다 싶으면 3학년 1학기까지 교내활동, 진로활동, 교과 세특 등을 꼭 챙기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입 수험생은 모두 다 힘들어요. ‘나는 왜 이럴까’ 감상에 빠지기보다는 공부할 때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세요. 자신보다 더 열심히 한 친구의 성적이 높은 것은 당연해요. 그렇기에 그 친구를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힘들다고 좌절하기 전에, ‘모든 고등학생이 겪는 일 나라고 못 하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도전하세요.”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잘 하는 법
학생부종합전형(교과·종합)은 모든 교과의 성적, 세특, 교과이수 현황, 비교과 세특 등을 종합평가한다. 내신 성적이 가장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 없다. 학종 전형은 2024년 대입부터 자기소개서가 폐지되고, 수상 경력과 독서활동이 미반영되므로 생기부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교과전형의 경우에는 지원하는 학과와 연계된 과목의 이수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은 학생부 전체를 통해 학업·진로·공동체 역량을 평가하기 때문에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과목을 선택하고 해당 교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좋다. 예를 들어 수학과에 진학할 경우 수학 성적이 우수해야 한다. 모든 교과에서 수행평가는 물론 자신의 진로와 연계해 독서보고서, 발표, 제안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 상위권 대학이 목표라면 수능 최저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수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학생부 비교과 영역에서는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활동, 교과세특, 행동 특성 등이 반영된다. 자율활동은 학급·학년·학교 활동 등이며, 동아리 활동은 학교 규정에 따라 만들어 운영하는 정규 동아리만 해당한다. 봉사활동 실적은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지만, 인성을 강조하는 사범대, 간호대, 사회복지학과 등을 고려한다면 멘토·멘티, 학급 봉사, 도서관 및 급식실 봉사 등을 하는 게 유리하다. 진로활동은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진로 및 학과 설명회, 진로 체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