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1년차였던 지난해 초·중·고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이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발 학습 결손’ 우려가 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 수업이 활성화되자 사교육 수요가 늘어난 점과 물가 급등으로 인한 학원비 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존치시키는 등 ‘경쟁 교육’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사교육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이 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2021년 23조4천억원에 견줘 10.8%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다소 줄었던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유행 이전 수준 이상으로 반등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1년 만에 학생 수가 4만명 줄었음에도 이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셈이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사교육비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의 두배에 달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2007년 조사 첫해 77% 이후 최고치였다. 사교육비 증가 원인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전면등교를 하면서 학생들이 학원으로도 많이 나가게 됐고 물가 상승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초등학생은 돌봄을 희망하는 수요도 있고, 코로나 유행 시기 문해력 결손을 보충하려는 학부모도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역대 최대였다. 사교육 참여 학생들만 놓고 보면 1인당 월평균 52만4천원을 썼는데, 2021년(48만5천원)에 견줘 7.9% 올라 조사 이래 처음으로 50만원을 돌파했다.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포함한 전체 학생 기준으로는 1인당 월평균 41만원을 지출했다. 학교급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전체 학생 기준)를 보면 초등학생 37만2천원, 중학생 43만8천원, 고등학생 46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4%, 11.8%, 9.7% 올라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과목별로는 초·중·고 통틀어 국어(3만4천원)의 증가율이 13%로 영어(10.2%)나 수학(9.7%)보다 높았다.
소득 수준별 사교육비 격차도 전년(5.1배)에 견줘 더 벌어졌다. 지난해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는 월평균 64만8천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지만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12만4천원을 써서 5.2배 차이가 났다.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 유형에 따라, 사교육비 증가폭엔 차이가 있었다.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중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1만4천원으로 2021년 53만5천원에 견줘 14.8% 상승했으나, 일반고를 원하는 학생은 1인당 36만1천원을 써 2021년 32만3천원보다 11.8% 늘었다. 두 집단 간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2021년 21만2천원에서 지난해 25만3천원까지 커졌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조기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는 자사고 존치 입장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밝혀온데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일반고 유형의 다양화’ 등 고교 서열을 더욱 세분화하는 정책을 내놓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한편, 교육부가 2019~2021년까지 3년간 사교육비 조사 결과 보도자료에 넣은 ‘진학 희망 고교 유형별 사교육비 현황’을 이번에는 포함시키지 않아 뒷말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양한 데이터 가운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만 설명했다. 구본창 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 존치 입장을 밝힌 뒤 자사고 희망 학생들 사교육비가 더 늘어난 점이 두드러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뺐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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