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 관계자들이 ‘졸속하고 일방적인 고등교육정책 추진하는 이주호 장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유진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과감한 혁신에 나서는 지방대 30곳을 선정해 5년에 걸쳐 1곳당 1000억원씩 집중적으로 지원해 ‘글로컬 대학’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대학교수들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면담하고 해당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 정책이 겉으로는 ‘지방대 살리기’를 표방하나, 실제로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대학들이 도태되도록 방치하는 폭력적 방식의 ‘지방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교수연대회의)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부총리를 만나 “극소수 대학만을 남기고 전국의 대다수 대학을 존폐 위기로 내모는 시장 만능주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교수연대회의에는 전국교수노조,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교수노조 등 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교수연대회의는 지난 2월1일 출범 직후 이 부총리 면담을 요청했다. 한달여 만에야 이 부총리가 면담에 응했지만, 1시간가량 진행된 면담에선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연대회의는 이날 이 부총리 면담이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글로컬 대학 사업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으로 지역별로 많으면 2~3개의 대학에만 재정이 투입될 것”이라며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대학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교육부에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겉으로는 지역대학 생태계를 살리는 사업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나머지 대학을 시장에 맡겨 대규모로 구조조정하고 정리하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교수연대회의는 이런 우려를 이 부총리에게 전달했지만 이 부총리는 “글로컬 대학이 시발점이 되어 모든 대학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고 전했다.
교수연대회의는 2025년부터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 2조원 이상의 집행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에 대해서도 “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뒤처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주무부서인 교육부는 슬쩍 빠져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이 부총리에게 즉각 중단,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특히 교수연대회의는 최근 한 지자체장이 해당 대학 총장과도 합의된 바 없는 통폐합 추진 의지를 밝히는 등 라이즈 사업의 부작용이 벌써 나타나고 있는 점을 이 부총리에게 전달했다.
이날 면담에 참여한 선재원 민교협 상임의장은 “개혁을 부정하진 않지만, 교수 등 교육 주체와 전혀 소통 없이 정책을 일방 추진하는 점이 문제”라며 “이 부총리에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10여년 전처럼 독단적으로 행정을 계속하면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교수연대회의는 23일부터 교수·연구자 선언 1만명 서명 운동을 시작해 4월에 선언문을 발표하고, 5월15일께 교수 1천명 이상이 참여하는 전국교수대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저지 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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