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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국사 필수인데…” 내 아이 ‘역포자’ 되지 않게 하려면?

등록 2023-05-08 16:15수정 2023-05-09 02:32

역사 잘 교육 하는 법
독서량 많은 아이일수록 거부감 적어
책 읽는 습관으로 호기심부터 키워야
배경지식 없는 역사 체험 도움 안 돼
역사 이해력 끌어올리는데 한자 유용
광복절에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감방 문 옆 패통을 작동시키고 있다. 패통은 감방 안 위급한 상황을 간수에게 알리기 위한 도구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광복절에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감방 문 옆 패통을 작동시키고 있다. 패통은 감방 안 위급한 상황을 간수에게 알리기 위한 도구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고 학교 내신을 위해서는 역사 공부가 중요한데, 책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안 해요. 중3 첫째가 ‘역포자’(역사 포기자)라고 선언한 뒤로는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인 두 동생도 ‘역사가 싫다’, ‘지루하고 재미없다’며 거부감부터 보이는데, 어떻게 하죠?”

세 딸을 키우는 최은영(45)씨의 고민이다. 최씨는 “역사를 제외한 다른 과목의 내신 점수는 월등히 높지만 역사가 매번 평균을 깎아먹는다”며 “고등학교에 가서도 이렇게 할까 걱정이고, 무엇보다 둘째·셋째 딸까지 역사를 포기하려고 해 해결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의 자녀들처럼 한국사를 포함한 역사 공부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 이유는 뭘까. 현재를 사는 ‘나’와는 시공간과 언어가 달라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공감 자체도 쉽지 않은데 무조건 암기하라고 하니, 역사에 대한 재미를 느낄 리 만무하다. <엄마가 직접 하는 우리 아이 스며드는 역사 공부법>을 쓴 김경태 작가는 “상당수 아이들이 역사를 오래전 옛이야기로 현재와 상관 없는데다 실생활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한다”며 “과거의 역사가 모여 현재가 되고, 현재의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역사는 배워야 한다. <늦기 전에 공부 정서를 키워야 합니다>를 쓴 초등학교 교사 김선호씨는 역사의 인물들을 통해 가치관과 문제해결력을 배우고, 모델링 할 대상을 찾게 해주기 때문에 역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녀가 ‘역포자’가 되도록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자녀가 역사에 흥미를 느끼고, 어려서부터 즐겁게 역사를 접하게 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시민들이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독립영웅 후손 찾기 기획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시민들이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독립영웅 후손 찾기 기획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옛이야기처럼 들려줘라

역사에 등장하는 한자어 위주의 용어는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평소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이 역사 공부를 더 힘들어하는 이유다. 다시 말해, 역사를 좋아하려면 아이들이 역사 언어에 갖는 거부감과 장벽을 허물도록 부모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용선생 시끌벅적 한국사> <용선생 15분 한국사> <용선생 만화 한국사> <용선생 교과서 한국사>에 공저로 참여한 정윤희 사회평론 어린이사업부 팀장은 “연개소문, 을지문덕, 태종무열왕, 선덕여왕, 허난설헌 등 복잡한 이름이 많고, 상주가 어디인지 모르는데 사벌주라고 나오는 등 옛 지명이 등장하는 힘든 경험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 한국사는 하기 싫은 과목으로 고착화되기 마련”이라며 “예를 들어, 하루 분량이 정해진 인물 중심의 독해문제집 <용선생 15분 한국사>처럼 ‘소통 가능한’ 책을 골라 역사 인물과 친구가 되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용선생 시끌벅적 한국사>처럼 영상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가 어릴적부터 역사 책을 읽어주거나, 나아가 역사 이야기를 각색해서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것은 매우 좋은 실천법이다. 김경태 작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처럼 느끼도록 머리맡에서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책을 같이 읽어주길 권한다”며 “개인적으로 웹툰과 웹소설을 포함한 역사 로맨스 소설을 매개로 부모와 자녀가 즐겁게 역사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는데, 일례로 <고래별>을 통해 일제강점기 고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임에도 역사 어휘가 부족하고 배경지식도 없어 사회(역사)를 어려워한다면 역사와 역사 인물을 다룬 학습만화를 활용해볼 만하다. 김선호 교사는 “역사에 해박한 아이들의 공통점은 독서량이 많다는 것인데, 학습만화는 단기간에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며 “지속적인 독서력 향상에는 도움이 안 되므로 3개월 집중적으로 읽게 해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이 체험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sk@hani.co.kr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이 체험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sk@hani.co.kr

영화·드라마 적극 활용

역사를 좋아하려면 호기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올빼미> <천문> <한산> <광해, 왕이 된 남자>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활용하면 유용하다. 김경태 작가는 “병자호란과 관련이 있는 <올빼미>를 보면서 ‘인조는 왜 소현세자를 미워했을까?’ ‘소현세자는 왜 청나라에 끌려갔을까?’ ‘조선은 왜 후금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을까?’ 등을 같이 검색하고 찾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며 “이런 연결고리가 더 나아가 ‘후금은 왜 힘이 세지고, 명나라는 그때 뭐 하고 있었을까?’로 이어지는데, 이런 이야기의 끝을 붙잡아두게 하는 부모의 대화 시도 노력이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자녀가 영화 속 내용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한다면 책을 함께 읽은 후 관련 박물관이나 지역의 답사 여행을 떠나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정윤희 팀장은 “구석기 시대를 공부했다면 서울 암사동 선사 유적지나 연천 전곡리 유적지, 혹은 충북 단양의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과 고수동굴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며 “역사 현장을 경험해 보는 것처럼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하는 역사 공부를 매개로 배우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자녀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윤희 팀장은 “박물관에서 <광해군일기>를 보고 ‘광해군이 쓴 일기’라고 잘못된 정보를 자녀에게 알려준 부모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며 “아이들에게만 역사 공부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먼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석기박물관.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구석기박물관.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역사 체험은 고학년부터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역사 교육법은 유적지 여행과 박물관 견학 등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쌓는 것이다. 반면 초등학교 입학 전이나 저학년 때부터 역사 체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김선호 교사는 “역사에 흥미가 생기고 배경지식이 생긴 이후인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에 해야 효과가 크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역사 유적지를 여행할 때 부모의 사전 준비는 필수다. 부모가 자녀에게 이야기하듯 설명해야 거부감 없이 관련 지식을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 김경태 작가는 “사전 준비가 힘들다면 박물관 견학을 추천하는데, 전시관 곳곳을 다니며 활동지 빈칸을 채우고 스티커를 붙이고 그림을 그리면서 자녀가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립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사전예약이 필수이기는 하나 영상, 체험, 오감 자극, 만들기, 퍼즐 등이 역사 콘텐츠와 함께 갖춰져 있어 어린 자녀라도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하는 역사 체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이 체험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sk@hani.co.kr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이 체험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sk@hani.co.kr

지리·시사·한자 등과 연계

과거의 사건과 그 사건을 일으킨 인물, 그 지역의 발자취를 다루는 역사는 시사, 지리와 맞물려 있는 학문이다. 이 때문에 김경태 작가는 부모들이 시사와 뉴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유진초이가 실제 인물이 되어 고국에 돌아오기도 하고,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일본 때문에 독도의 역정을 살펴보며, 환율 오름세를 보면서 1997년 IMF를 복기할 수 있다”며 “이렇듯 뉴스가 수많은 역사를 만나는 통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안에 대한민국 전도와 세계지도를 붙여놓으면 자녀의 역사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역사 교육을 아무리 해도 지리를 모르면 개념부터 헷갈릴 수 있다. 김선호 교사는 “전라도와 경상도가 어디에 있으며, 각 시·군·구 지명과 위치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지명이 나올 때마다 지도에서 짚어주면 유용하다”며 “역사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녀에게 한자를 습득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정윤희 팀장도 “역사적 위치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마다 지도를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역포자’가 되는 걸 막으려면 부모의 마음가짐부터 바뀌어야 한다. 부모가 역사에 무관심하고, 자녀와 함께 역사를 배우려 하지 않고 함께 대화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김경태 작가는 “‘고조선 약 2300년-삼국시대 약 700년-남북국시대 약 230년-고려 약 500년-조선 약 500년-대한제국 약 13년-일제강점기 36년-대한민국’ 등 한국사 통사의 시대 흐름, 조선왕조 계보도와 27명의 임금 순서는 자녀가 고학년이 되기 전에 부모가 외워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자녀와 함께 가면 좋은 역사체험 장소들

도움말 : 김경태 <엄마가 직접 하는 우리 아이 스며드는 역사 공부법> 저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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