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5월15일)을 하루 앞두고 ‘다시 태어나도 교사를 하겠다’는 교사의 비율이 5명 중 1명꼴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권이 추락하고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리는 탓에 교사들의 직무 만족도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스승의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14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참여한 교원 중 ‘현재 교직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23.6%(1591명)에 그쳤다. 교총이 해당 설문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6년 당시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67.8%에 달했는데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첫 해로 교사들이 방역 업무를 떠안은 2020년 32.1%보다 낮았다. 만족도가 2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직을 직업으로 택한 데 대해 후회한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0%(1348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교총이 설문조사에 해당 문항을 넣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교사들의 직무 만족도가 크게 하락하는 모습은 최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의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교사노조가 지난달 전국 유·초·중·고 교사 1만13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민한 적이 있다는 교사가 87.01%에 달했고, ‘교직생활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68.36%였다.
교사들은 교권이 추락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직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을 묻자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라는 응답이 30.4%로 가장 높았다.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5.2%),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 잡무’(18.2%)가 뒤를 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다’고 보는 비율은 9.2%에 그쳤다. ‘보호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69.7%에 달했다. 교권이 하락하고 사기가 저하돼 생기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는 ‘학생 생활지도에 관심이 낮아지거나, 기피하게 된다’(46.3%)는 점이 1위로 꼽혔다.
교사들은 또 교권 침해 행위를 저지할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자칫하다간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며 이런 위험을 해소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특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 ‘고의·중과실 없는 교육활동에 법적 면책권 부여’(42.6%)를 가장 많이 꼽았다.
교총은 “교권침해 처분의 학생부 기재, 가해학생-피해교원 분리 조치 등을 담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가 조속히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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