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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책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주세요

등록 2023-05-15 16:44수정 2023-05-16 02:33

우리 아이 평생 독서습관 만드는 법

취학 전까지 스마트기기 자제
초등 1~2학년까지 책 읽어주고
100일간 매일 30분 독서 생활화
부모의 적극적 감정 표현 중요
세계 책의 날인 지난 4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책읽는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계 책의 날인 지난 4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책읽는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의 공통점은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었고, 세계적인 부호가 되었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는 하루 1시간의 독서시간을 만들어 1년에 최소 50권의 책을 읽는다. 그는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습관”이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책벌레였던 워런 버핏은 11살 때 ‘주식 관련 책’을 읽으며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책이 그의 인생지침서가 된 셈인데, 그는 어른이 된 후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책 읽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공부 잘하는’ 지름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독서습관을 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경이다. 김민아 초등학교 교사는 자신이 쓴 책 <공부가 쉬워지는 초등독서법>에서 “평소 독서를 많이 한 학생들은 새로운 정보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공부의 시작점이 다르다”며 “공부 잘하는 아이는 곧 책을 읽는 아이이므로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원한다면 학원에 보낼 것이 아니라 책을 읽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 읽으라’는 말 대신 자녀와 함께 읽거나,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선이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책 읽으라’는 말 대신 자녀와 함께 읽거나,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선이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독서 습관의 중요성

독서는 아이의 수업 태도와 학습능력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 두뇌가 발달해 완성되는 시기가 13살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고 사고력을 키워 뇌 발달을 촉진하는 독서습관을 초등학교 시절에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민아 교사는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배경지식이 많고 어휘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 하고 발표를 자신 있게 하며, 그런 경험들은 아이들에게 성공의 경험이 되어 자신감이 되고 아이들이 다른 과제에 도전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책을 많이 읽은 아이와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아이는 수업 태도나 학습능력에서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초등학생들은 자신이 알거나 경험한 것이 나오면 손을 들고 아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눈을 반짝이는 등 크게 반응하며 수업에 참여한다. 또한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배경지식이 많아서 수업에 동기유발이 쉽게 되고 자신이 아는 것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어휘력이 좋아 교사의 말이나 교과서 속 단어들도 쉽게 이해해 수업 내용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그 결과 학업 성취도가 높다고 한다.

김선호 유석초 교사는 “독서는 책을 통한 간접경험을 통해 어휘력, 문해력, 독해력을 높여줘 수업 이해도가 높아진다”며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중·고등학교에 진학해도 성적하락을 겪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아이들은 어휘력이 부족해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용어를 낯설고 어렵게 느낀다. 김민아 교사는 “이해를 못하니 수업이 재미없어지고 참여 또한 저조하다”며 “수업에 집중이 안돼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교사에게 지적을 받을 때가 많아지고 자신감이 떨어져 생활 전반에서 소극적으로 변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독서는 가치관 정립과 사회성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김선호 교사는 “독서는 가치관 정립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책을 통해 다양한 인물을 만나기 때문에 타인 이해력이 높아져 외부 관계성 문제에 있어서 스트레스 저항력을 높일 수 있어 초등학교 때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아 교사도 “책을 읽으면 다양한 성격의 인물과 만나게 되는데, 나와 같거나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며, 공감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책의 날인 지난 4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책읽는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계 책의 날인 지난 4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책읽는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내 아이 관찰이 먼저

자녀의 독서습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관찰’과 독서 수준에 대한 진단이다. 김민아 교사는 “수많은 책에서 다양한 독서 교육을 이야기하고, 많은 교사와 학부모가 그것에 대해 공부하지만 실제로 내 아이의 현 상황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며 “내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느 정도 글밥을 이해할 수 있는지 등을 유심히 관찰한 뒤 그에 맞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읽는다면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의 독서 습관과 독서량 수준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마다 편차가 심한데다 적정 독서량 수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김선호 교사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중 많이 읽는 아이들은 (하루 30분 독서 기준) 1년에 600권을 읽는다”며 “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100권씩 줄여 2학년 500권, 3학년 400권, 4학년 300권, 5학년 200권, 6학년 100권을 읽는다면 자발적 독서 습관이 잡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도 관찰 대상이다. 미취학 시기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아이들은 독서 습관을 잡기 어렵다. 자녀의 독서 습관을 고민한다면 미취학 시기 스마트기기를 주는 걸 자제해야 한다. 독서 교육을 통해 쌍둥이 자녀를 서울대에 보낸 경험을 토대로 최근 <국어머리 공부법>을 펴낸 김선씨는 “모바일 팬스 등의 방어벽을 쳐놓아도 중학생만 되면 우회할 방법을 찾아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기기를 주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되도록 쓰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책 읽어주기부터 실천

자녀의 독서 습관을 만드는 핵심은 ‘읽어주는 것’이다. 책에 대한 정서감이 미취학 시기에 형성되기 때문에 어릴 때는 물론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초등학교 1~2학년 때까지는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 좋다. 김선호 교사는 “시간을 정하면 변동이 커서 놓치기 쉬우므로 저녁식사를 한 뒤 같이 읽자고 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방보다는 거실, 거실보다는 식탁에서 2시간 정도 실감나게 읽어주면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 되면 자녀 스스로 독서 습관을 만들지 못한다. 김선호 교사는 “자녀의 독서력이 성장하면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부모는 기대하지만 더 나빠지는 게 현실이므로 부모의 개입이 들어가야 한다”며 “뒤늦게라도 자녀의 독서 습관을 만들고자 한다면 100일 동안 매일 30분씩 함께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평소 시간이 부족한 부모라면 무조건 잠들기 전 20~30분 동안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라고 덧붙였다.

김선씨는 ‘소리내어 읽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두 번만 소리내어 읽기만큼 확실한 문해력 학습법과 기초 공부법은 없다”며 “국어, 사회, 과학뿐 아니라 초등 수학 문장제 문제도, 심지어 대입 수능까지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책의 날인 지난 4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책읽는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계 책의 날인 지난 4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책읽는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부모가 먼저 읽어라

부모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면서 자녀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오히려 불만을 키울 수 있다. ‘책 읽으라’는 말 대신 부모가 독서를 즐기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 평소에 자주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선씨는 “독서도 모방행동이라 부모가 책을 많이 읽으면 아이도 읽을 가능성이 높으나,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는 책을 읽는다는 게 쉽지 않다”며 “자녀가 읽는 그림책 같은 것이라도 혼자 넘기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잡지나 신문을 구독해서 1~2분 한두 페이지라도 넘기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자녀가 책을 읽게 하려면 △책이 있는 도서관과 서점을 행복한 기억과 연결시키고 △어떤 책이든 부모가 엄청 재밌게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텔레비전, 스마트폰, IT기계를 멀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교사도 “아이 앞에서 내가 읽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너무 재밌다, 너무 슬프다 등의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라며 “이때 아이는 내가 읽은 책의 제목을 기억하기도 하고 어떤 책이냐고 궁금해하며 나중에 읽을 책 리스트로 남긴다”며 부모의 적극적인 독서 활동을 강조했다.

서울시청 안 서울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서울시청 안 서울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메타인지 활동 필요

독서가 어휘력과 문해력을 향상시키고 배경지식을 많이 제공하기 때문에 학습에 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더 적극적으로 학습 능력을 기르는 독서를 하려면 ‘책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즉 메타인지를 작동시킬 수 있는 독후 활동이 뒤따라야 한다. 김민아 교사는 “그 방법은 책을 읽고 생각을 ‘아웃풋’ 하는 것인데, 말하기와 글쓰기가 있다”며 “책을 읽은 후 진행하는 토론과 글쓰기 과정을 통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사고력이 발달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는 자신감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과적인 독서 교육을 위해 ‘기쁨’과의 연결과 ‘과정’을 중시하는 책읽기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선씨는 “부모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릴 때, 서점에 갔을 때 행복한 기억으로 자녀에게 남아 있으면 책을 읽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독후 활동을 목적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에 갔더라도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 마당에서 재미있게 뛰어놀던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주는 편이 책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만드는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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