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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女’는 본래 제사장의 의미였다”

등록 2023-05-22 15:26수정 2023-05-23 02:35

연재 ㅣ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남자를 뜻하는 사내 남(男)은 밭 전(田)과 힘 력(力)으로 이뤄져 있다. 力은 밭을 가는 쟁기의 모양에서 나왔고, 田은 사이사이에 도랑을 친 땅의 상형이다. 경작 노동을 남자에게 의존했던 고대인의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여자 여(女)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풀이되지만, 가부장제 시대의 성역할에 기댄 잘못된 해석이다. 女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 대상은 남자가 아니라 신이다. 즉, 女는 제사자를 표시한 글자다. 갑골문을 보면 꿇어앉은 사람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女를 표시한 글자가 있다.

이 물방울은 고대인이 빚은 술(酒)을 의미한다. 새로 빚은 술로 제사자를 정화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고대에 술은 제사의 필수품으로, 제사 담당 계층이 술을 빚고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즉, 女는 고대의 제사장 또는 무녀인 것이다. 상대방인 ‘너’를 가리키는 2인칭 대명사 여(汝)도 남자가 아니라 신을 가리키는 女에서 나온 것이다. 女가 제사의 담당자였다는 것은 ‘같을 여(如)’에서도 볼 수 있다.

여자 앞에 놓인 口는 지난 회에서 보았듯이 입이 아니라 기도문을 담은 그릇이다. 제사를 바치는 女에게 신의 뜻이 전달되었다는 의미에서 ‘같다’라는 뜻이 나왔다. 다시 如에 마음 심(心)을 더하면 ‘용서하다’는 뜻의 서(恕)가 된다.

如는 신의 뜻과 같아진 상태이므로, 그 사람의 마음은 곧 신의 마음이다. 신의 마음을 받아들인 자신의 마음으로 미루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즉 ‘용서하는 마음’ 恕가 된다. 女에 집 가(家)를 더해 여자가 결혼한다는 뜻의 ‘시집 갈 가(嫁)’라는 글자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가(家)는 본래 집이 아니라 사당, 묘당 같은 제사 장소(2회 참조)이므로, 嫁는 신당에서 신(조상)에게 제사를 바치는 女를 가리킨 데서 유래했다.

이인우 리쓰메이칸대학 시라카와시즈카기념동양문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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