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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사고 유지하면서 사교육비 잡겠다는 ‘모순 정부’

등록 2023-06-20 05:00수정 2023-06-20 13:55

교육계 “정책 방향 정면충돌”
2019년 1월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주최로 열린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에서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왼쪽)가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월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주최로 열린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에서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왼쪽)가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국민의힘이 19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의 존치를 결정한 것을 두고, 당정이 같은 자리에서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정면 충돌하는 모순적 교육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입시 경쟁과 그에 따른 사교육 과열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당정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방안’ 실무 당정협의회를 열고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당정협의회 뒤 기자들과 만나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그동안 저희가 다양한 의견을 나눴을 때 나온 방향”이라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학교(자사고·외고·국제고)를 다시 지위 유지하는 쪽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자사고는 이 부총리가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재임 시절 자사고·마이스터고 설립을 뼈대로 하는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도입됐다. 이후 자사고는 사교육 유발 부작용 외에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 사교육비 등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학생, 특정 학군지에 사는 학생들이 몰리며 ‘분리교육’이 이뤄진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의 중학교 졸업생 진로 현황을 보면, 전국 특목고·자사고 진학생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구(998명)였고 서초구(884명)·송파구(799명)·양천구(546명)·노원구(444명)가 뒤를 이었다. 당정의 발표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할 의지가 안 담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자사고 도입 후 부모의 배경에 의해 갈 수 있는 학교가 달라지며 사회통합이 저해됐고 소수를 대상으로 수월성 교육이 이뤄져 일반고는 황폐화됐다”며 “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당정의 자사고 존치 기조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충돌한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자사고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경우 고교 입시를 위해, 혹은 진학 후 학업성취도가 높은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사교육에 투입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5000원인 반면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생은 월평균 69만여원, 외고·국제고 진학 희망 중학생은 64만여원을 사교육비로 썼다. 초등학생 또한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면 월평균 33만여원, 자사고는 57만여원, 외고·국제고는 53만여원을 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한겨레>에 “자사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성적 ‘상위 랭커’들과 경쟁하기 위해 학원에서 고등학교 학습과정을 미리 배우곤 한다”며 “자사고가 사교육 유발 기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교육제도의 개선이라는 도입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 방침이 다시 바뀌면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당정은 기초학력 보장 방안으로 학력진단 강화를 꺼내들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국가가 기초학력을 책임지도록 학생의 학력진단을 강화하고 맞춤학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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