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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킬러문항 대신 ‘준 킬러문항’ 증가?…“어떻게 하라는 건지”

등록 2023-06-20 19:33수정 2023-06-21 09:30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 문제를 지적한 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 교체, 수능 출제기관 감사 등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 문제를 지적한 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 교체, 수능 출제기관 감사 등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통령의 말은 문제를 쉽게 출제하면서 변별력은 갖추라는 거잖아요. 그걸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서울 수험생 학부모 조아무개씨)

정부가 지난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공교육 범위 밖 ‘킬러 문항’ 배제와 변별력 확보라는 ‘두 토끼’를 잡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뒤, 수험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 현장에선 긍정적인 반응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공교육 과정 내 수능 문제 출제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킬러 문항’을 배제하는 동시에 변별력까지 확보할 ‘묘수’가 당장 있냐는 것이다.

입시 현장에서는 초고난도 문제 바로 아래 단계에 있는 ‘준 킬러 문항’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한 고교 진학 담당 교사는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3월 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육방송>(EBS) 교재 연계 체감도 제고와 킬러문항 출제 지양이라는 수능 출제 기조를 발표했을 때부터 학교 현장에서는 중난도 문제가 확대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 경우, 1등급부터 만점자에게는 다소 쉬워질 수 있지만 2∼4등급대 학생에게는 쉽지 않은 난도의 문제가 이전보다 여럿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킬러 문항과 준 킬러 문항을 정의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지만 입시업계에서는 통상 정답률 5∼10% 이내의 문항을 킬러 문항, 20∼30%의 문항을 ‘준 킬러 문항’이라고 보고 있다.

만점자 속출이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준 킬러 문항’이 다수 포진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수능에서는 성적 상위 4% 내로 들어오면 1등급을 받게 된다. 별다른 대책 없이 초고난도 문항을 뺐다가는 만점자가 대폭 늘어나면,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는 등 2015학년도 당시 ‘최악의 물수능’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입시 현장에선 수능시험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나면서 문제들이 유형화돼 있는데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문제 푸는 기계’로 불릴 정도로 학력이 높은 편이어서 초고난도 문제 배제 이후 만점자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출제기관으로선 ‘킬러 문항’이 아니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풀기 힘든 ‘모순적인 문제’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출제 범위를 ‘공교육 과정’으로 제한하되, 대학 수학에 필요한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력을 측정해야 한다는 점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통령실에서 비문학이라는 영역까지 언급하면서 지적한 사안이기 때문에, 실제 9월 모의고사와 이후 본시험에서 교과서 밖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능의 취지를 고려할 때 출제 범위를 지나치게 한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고교 교사는 <한겨레>에 “예를 들어, 국어 영역 독서 부문은 독서 기법뿐 아니라 어휘력, 사실적·추론적·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한다. 그 글의 소재를 다양화해 소재 연계를 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수능이 5개월가량 남은 상태에서 수능의 난이도를 놓고 갑작스럽게 혼란이 커진 만큼, 수험생들이 추정에 기대 입시에 대비하지 않도록 정부가 출제방향을 정확히 안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수능 출제 방향을 놓고 학원을 포함한 교육 주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급급해보인다”며 “이게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과정의 범위가 무엇인지, 출제에서 배제한다는 킬러 문항의 기준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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