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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생님 ‘투잡’은 어디까지?…사교육 문항 출제는 대가 없어도 ‘불가’

등록 2023-12-28 17:13수정 2023-12-28 20:17

교육부, 겸직 가이드라인 공개
교육부가 현 중2 학생부터 적용될 ''2028 대입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사교육 카르텔ㆍ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교원의 사교육 업체 관련 겸직 허가 지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현 중2 학생부터 적용될 ''2028 대입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사교육 카르텔ㆍ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교원의 사교육 업체 관련 겸직 허가 지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가 사교육 업체를 위해 모의고사 문항을 출제하거나 강의하는 것은 앞으로 대가성과 관계없이 모두 금지된다. 다만 출판사가 시중에 내놓는 문제집처럼 불특정 다수에 제공되는 교재는 학교장의 ‘겸직 허가’를 받으면 만들 수 있다.

교육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에서 ‘교원의 사교육 업체 관련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현직 교사가 학원에 문항을 판매하는 행위 등을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뒤이은 조처다.

교사로 복무하면서 금지되는 겸업, 허가를 받아 할 수 있는 겸업을 가르는 기준이 현장에서 무너졌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일례로 지난 8월 교육부 방침에 따라 교사들 스스로 겸직·영리 행위를 자진 신고한 내용을 보면, 344건 가운데 ‘학원 등의 모의고사 출제’가 20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겸직 허가를 받은 경우는 18.2%에 그쳤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현행법(국가공무원법·국가공무원 복무규정)상으로도 교원의 사교육 업체 관련 행위는 금지가 원칙이지만 일부 교원은 관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비치된 고등수학 미적분, 확률과 통계 관련 문제집의 모습.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비치된 고등수학 미적분, 확률과 통계 관련 문제집의 모습. 연합뉴스

가이드라인을 보면 겸직 금지와 허가를 가르는 기준은 ‘특정 학생만을 위한 것인가’다. 예컨대 교사가 학원법에 따라 등록된 학교 교과 교습학원에서 강의 또는 시험 문항을 출제하는 등 출판 행위를 하고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가성이 없거나 일회적인 행위도 금지된다. 교사가 학원 강사와 따로 계약을 맺고 특정 학원 교재를 제작해도 안 된다. 이는 ‘특정 학원 수강생을 대상으로 배타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교육 업체와 관련돼 있더라도 특정 대상이 아닌 전체 학생을 위해 활용되는 교재를 만들거나, 정부 사업 등 ‘공익성’이 강한 경우엔 학교장에게 겸직 허가를 얻어 활동할 수 있다. 학원이 아닌 평생교육기관, 교육방송(EBS), 출판사 등에서 강의나 교재 제작을 하는 것도 나름의 공익성이 있거나, 불특정 다수 학생을 상대로 하는 경우엔 겸직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때도 가격 장벽이 있거나(유료 영상 등) 특정 학생이 대상(원격 컨설팅 등)인 경우 겸직할 수 없다.

교원의 겸직 관리도 엄격해진다. 특히 교사가 사교육 업체 관련 활동을 하려면, 교장의 허가 전에 해당 학교에 꾸려진 내부 위원 3인 이상의 ‘겸직심사위원회’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한번 겸직 허가를 받고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기간도 현재 최대 2년에서 앞으론 1년으로 줄어든다. 시도교육청은 매년 1월과 7월, 학교 현장의 겸직 허가 내용과 실제 겸직 활동을 조사한다. 교원 중 비위 정도가 심한 경우 파면이나 해임도 가능하다.

한편 교육부가 운영하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는 6월22일부터 지난 15일까지 629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대형 입시학원과 관련된 신고는 117건이다. 유형별로는 ‘허위·과장 광고’가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습비 등 초과 징수’ 64건, ‘사교육 업체·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혹’은 59건이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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