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이란 무엇인가?”…법석 떨더니 ‘분석중’이란 이주호

수능 성적 발표일인 지난해 12월9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성적표를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년 간의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들, 6월 모의평가 문항 중에서 어떤 것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인지 가려내고 있다”며 “26일 사교육 대책을 발표할 때 전부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킬러문항 출제를 이유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데 이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잡기 위한 학원 단속에까지 나섰지만, 정작 ‘무엇이 킬러문항인지’는 아직 분석 중이라는 의미다.

이 부총리는 22일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킬러문항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지금 지난 3년간의 수능 문제들, 그리고 지난번에 6월 모의고사 문항들 중에서 어떤 것이 킬러문항인가를 다 지금 가려내고 있다”며 “사교육 대책을 발표할 때 전부 공개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 문항들을 보시면 이런 것이 킬러문항이라는 것이 바로 감이 오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부터 킬러문항을 배제하라고 했으나 6월 모의평가에서 이러한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수능·모의평가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을 감사하기로 했다. 이규민 평가원장은 지난 19일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한 논란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교육부는 이날부터 다음달 6일까지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학원의 허위·과장광고 등 학원 부조리와 관련한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학원 부조리 집중 신고 기간 운영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점검 회의를 열고 “그동안 수능 출제당국은 손쉽게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들, 소위 킬러문항을 만들어 냈고, 이를 수능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대형입시학원들이 교묘히 이용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피해를 줬다”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앞으로 2주간을 집중 신고기간으로 운영하고 사교육 부당광고에 대한 온라인 실시간 모니터링도 병행하겠다. 적발된 사안들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의 공조 하에 예외 없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부의 대응을 두고 일의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쉬운 수능’ 논란이 시작된) 지난 15∼16일에 이미 6월 모의평가와 최근 수능 문항 가운데 어떤 것들이 킬러문항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등을 파악해 공개했어야 한다”며 “정부가 말하는 ‘교육과정 내 출제’의 의미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큰 혼란과 역풍이 있었던 만큼 수험생들에게 수능의 방식과 기조에 대해서 이미 답을 했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공정한 수능’을 강조하고 킬러문항 출제를 문제 삼으면서 그 사례와 기준에 대한 답을 다음주로 미루는 건 ‘뒷북 대응’으로 비춰진다는 뜻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6월 모의평가에 대한 내부의 잠정적인 분석은 있다”며 “사교육 대책과 함께 공개하기 위해 발표 날짜를 26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