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법에 규정된 ‘대학에는 학과와 학부를 둬야 한다’는 원칙이 사라진다. 학과로 나누지 않고 통합해 학생을 뽑는 등 학과나 학부 간 벽을 허무는 대학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는 28일 이런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오는 29일부터 8월8일까지 40일 동안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에 규정된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학칙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폐지된다. 대학의 학부·학과 간 장벽을 허물고 사회변화에 발맞춰 자유롭게 융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취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 조직이 전통적인 학문 분류체계에 기반을 둔 학과・학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며 “이종 계열 간의 전공들이 수시로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없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도 ‘(학과·학부에 관한 사항을) 필요한 경우 학칙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학과 구분 없는 학부 통합 선발이나 전체 통합 선발을 하는 대학들이 있다. 단과대 형태로 학생 300여명을 선발한 뒤 학생은 2학년 때 학과를 정하는 이화여대 호크마 교양대학, 700여명 학부생 전원을 자유전공으로 통합해 선발하고 2학년 진급 시 전공을 택하는 카이스트와 한동대 등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원칙 자체를 폐지하면 이러한 변화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의 전과(학과 이동)는 전보다 자유로워진다. 그동안에는 1학년 학생은 전과할 수 없었고 2학년 이상 학생은 첨단학과, 융복합 학과 등 신설 학과로의 전과가 제한됐는데, 앞으로 1학년 학생의 전과와 신설 학과로의 전과가 허용된다. 교원의 강의 시간도 그동안 매 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매주 9시간을 원칙으로 했는데, 앞으로는 이를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 1년에 2학기 이상 운영하는 ‘다학기제’나 단기간에 집중해 학점을 이수하는 ‘집중 이수제’ 등 학사제도 유연화에 맞춰서 강의시간 조정도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 밖에도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운영한다는 조항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하고, 의대 교육과정을 6년짜리 단일 학제로 통합한다. 예과에서는 기초적인 자연과학을 비롯한 교양 과목을 주로 가르치고 본과에서는 해부, 생리, 생화학 등 전공과 관련된 의학 수업과 병원 실습 등을 하는데, 의대 쪽에서는 본과에 학습량과 실습이 집중되어 있어 부담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학제 통합을 요구해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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