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겨냥해 관련 업계를 향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가운데 정작 담당 부처인 교육부는 ‘사교육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던 킬러 문항과 관련해 제대로 된 설명조차 내놓지 못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교육 현장에선 <교육방송>(EBS) 연계 문항 가운데 난도 높은 문항이나, 공교육 밖이지만 쉬운 문항 등이 ‘킬러 문항’인지 여부를 놓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실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킬러 문항이란 것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며 물수능, 불수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공정성의 얘기”라며 “난이도가 좀 낮더라도 배배 꼬거나 교육과정에서 없던 내용을 넣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킬러 문항’이 잘못된 것은 난도 탓이 아닌 공교육 밖에서 출제되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같은 날, 교육부의 또 다른 수능 관련 고위관계자는 이 장관과 다른 결의 발언을 내놨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와이티엔>(YTN) ‘뉴스라이더’에서 ‘교육방송 연계 문항도 정부가 킬러 문항으로 꼽았는데 교육부 방침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교육방송과 연계됐다 하더라도 과도한 배경지식이나 복합적인 성취 기준을 복잡하게 결합해 구성하는 방식으로는 공교육 내에서 공부한 결과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관점에서 선별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교육부가 26개 문항을 사례로 들어 킬러 문항을 설명한 뒤에도, 교육부 장관과 핵심 교육부 관료가 각각 엉뚱한 설명을 한 셈이다.
당장 두달여 뒤 9월 수능 모의평가, 5개월 뒤 본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올해 수능을 앞두고 있는 재수생 박아무개(19)씨는 <한겨레>에 “교과과정 개념을 활용했지만 손 못 댈 만큼 어렵거나 처음 보는 함수 문제는 킬러 문항인 것이냐, 아니냐”며 “정부의 설명마저 혼란스러워서 더 사교육에 의존하게 될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전문가들은 수능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제한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대응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한겨레>에 “더 본질적인 문제인 상대평가는 건들지 않은 채 킬러 문항 판별에만 집중하다 보니 현장 혼란과 불안이 이어진다”며 “사교육 유발의 본질은 ‘학생 줄세우기’인데 대입에서 학생을 변별하는 기준부터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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