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득구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제거 등을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내놓은 가운데 교육 시민단체에서는 수능 절대평가화 등 대학입시 제도의 근본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교사노조연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능사태, 학생·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다’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행사 주관 단체의 하나인 사걱세는 “수능을 5개월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변화를 예고하는 대통령 발언은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할 수 밖에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배운데서 평가한다는 상식적인 발언을 대통령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혼란상을 극복하고 ‘킬러문항 삭제를 넘어 수능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등의 실제적이고 근본적인 대입제도의 변화를 탐색하자는 취지”라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교육’이 아닌 ‘입시’에만 관심을 두는 데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발제에 나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수능에서 킬러 문항만 제거하면 수능 시험이 정말 공정해지는 것이냐”며 “어려운 수능은 출제기관이나 사교육 업자, 교육부의 비리 유착 때문이 아니다. 변별의 필요는 한국 시험 제도의 오랜 역사 속에서 건드릴 수 없는 공리였고, 서열을 매기는 한국식 시험 제도의 존재 이유였으며, 대학 서열과 사회적 보상의 배분과 관련된 극히 복잡한 사회구조의 산물”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을수록 최상위권대를 향한 입시 경쟁은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학 서열화와 이에 따른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적 대우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제안도 나왔다.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수능은 단순히 학생들을 촘촘히 줄을 세울 수 있는 제도일 뿐, 학생 역량을 판단하거나 전공에 적합한 이들을 선발하는 데 효과적인 방안은 아니다”라며 “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중등교육을 통해 안정적으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인데, (현재는) 대학 진학 문제가 함께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수능은 이에 부합하는 절대평가체제로 변환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시민이 되는 과정은 9등급 상대평가의 촘촘한 서열화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별력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선 △전공 관련 수능 선택과목에 가중치 부여 △학교생활기록부 평가 추가 반영(단, 학생부 기재 및 검토 방식 정비 필요) △면접·논술 등 추가적인 평가 시행 등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교육 유발의 근원으로 꼽히는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춘 교수는 “대학의 수직 서열구조가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선 사교육 의존 행태가 사라질 수 없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수평적 다양화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단극 수직 서열이 아닌 ‘좋은 대학’ 여러 개가 전국에 분산되고, 대학이 특성화·다양화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부 정책의 방향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정부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발표한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지 등의 정책은 오히려 경쟁과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어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며 “나아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대입제도 마련을 위해 수능과 고교 내신 절대평가 등을 포함한 2028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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