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기름 솥에서 음식을 튀기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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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오는 2학기부터 학교 급식 조리실에 국과 튀김 등을 하는 ‘급식 로봇’(조리용 로봇팔)을 도입한다. 급식 종사자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급식 조리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취지인데,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은 못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18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오는 2학기부터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식 조리실에 급식 로봇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학교 급식실에 배치된 로봇팔이 음식 재료들을 튀김 솥이나 냄비 등 조리도구로 옮긴 뒤 뒤집기, 돌리기, 흔들기 등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여러 요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시범 사업에는 볶음, 국·탕, 튀김 로봇 등 4대가 들어와 위험했던 조리 업무를 일부 대신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급식 로봇을 다른 학교로 확대해 도입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학교 급식 조리실에 사람의 업무를 대신할 로봇이 들어오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산업통산자원부와 국방부가 육군훈련소에 비슷한 방식의 단체급식용 조리로봇을 투입한 바 있다. 주로 많은 분량의 음식을 젓거나 유해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튀김 조리 과정 등에서 조리병의 손을 덜어주는 효과가 기대됐다. 이번 사업은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이 한국로보틱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함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3년도 대규모 로봇 융합모델 시범사업 지원 과제’에 응모해 사업비 10억원을 지원 받으며 추진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2학기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에 도입할 예정인 국과 탕을 끓이는 급식 로봇의 모습. 서울시교육청 제공
시교육청이 이런 조처에 나선 배경에는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해 학교 급식실의 조리 인력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다시 급식 종사자의 업무량이 과중해지는 악순환이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관내 공립 유·초·중고교의 급식 종사자 정원은 4777명인데 이 중 274명이 부족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급식 종사자의 업무 경감과 근무 만족도 제고를 위해 학교 급식 환경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며 “급식 종사자의 폐질환 예방과 근골격계 질환 개선 등에 (급식 로봇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유혜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급식분과장은 <한겨레>에 “급식 종사자의 폐암 발병 문제를 해결하려면 환기시설을 교체·보수해야 하고 노동 강도를 낮추려면 임금과 처우를 개선해 인력을 더 배치해야 한다”며 “현장의 환경이 변하지 않는데 로봇을 들여온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한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부장은 “취지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소요 예산이 크고 학교마다 조리시설의 크기와 구조도 모두 달라 전면 적용도 어려워보여, 실효성이 크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