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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학은 어렵고 너무 싫어!”…내 아이 ‘수포자’ 되지 않게 하려면

등록 2023-08-07 16:10수정 2023-08-08 02:34

초등학생 8명 중 1명 ‘수포자’라고 생각
성취·자신감 경험 수학주도력 만들어
연산·개념 문제집 분리 1~2쪽 풀도록
어휘력·문해력 중요…독서습관 들여야
가정에서 자녀의 수학 학습을 할 때는 현재 우리 아이의 수학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문제집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단원으로 넘어갈 때는 60~80점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점수가 그에 못 미치면 복습을 해서 끌어올리도록 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가정에서 자녀의 수학 학습을 할 때는 현재 우리 아이의 수학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문제집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단원으로 넘어갈 때는 60~80점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점수가 그에 못 미치면 복습을 해서 끌어올리도록 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여름방학을 활용해 1학기 때 풀지 못한 수학 문제집을 풀려보니, 곱셈과 나눗셈은커녕 덧셈과 뺄셈 계산도 못 하고, 구구단은 가장 쉬운 5단조차 까먹었더라고요. 2학기 때 분수를 배우면서 수학을 포기하는 일명 ‘수포자’가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로 아이가 수학에 흥미를 잃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최경진(43)씨의 하소연이다. 아이가 “수학은 어렵고 너무 싫어!”라고 말할 때마다 이러다 ‘수포자’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다. 그는 “수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 ‘수학이 어려워도 할 수 있다’는 의욕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가정에서의 효율적인 수학 교육법을 알고 싶다”며 “주변에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행한 ‘2021학년도 전국 수학 포기자(이하 ‘수포자’)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생 8명 중 1명, 중학생 4명 중 1명, 고등학생 3명 중 1명이 자신을 수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스로 스포자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초6 학생들 1496명 중 173명인 11.6%, 중3 학생 1010명 중 226명인 22.6%, 고2 학생 1201명 중 388명인 32.3%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가정에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수학 학습법은 없을까? 중·고교 수학교사로 15년째 재직하면서 최근 ‘초3~초5, 수학 격차 만드는 결정적 시기’를 펴낸 윤주형 교사, 수학교사 경험을 살려 ‘수포자도 수학 1등급 받을 수 있어’를 쓴 최우성 수원교육지원청 장학사, 김선호 유석초 교사의 조언을 토대로 궁금증을 풀어봤다.

수포자는 언제, 왜 생기나

초등학교에서는 ‘분수의 연산’ 부분에서 수학에 대한 첫 좌절이 시작된다. 여기에 소수에 이어 비율개념이 나오면 와르르 무너진다. 윤주형 교사는 “분수의 사칙연산이 가능해지려면 (전체가 1인 분수의 개념) + (자연수의 사칙연산) + (최소공배수 구하기)의 단계를 모두 숙달해야 하는데, 종합적인 내용이다 보니 자신이 어디서 막히는지 알지 못하고 또 대충 넘어가기에 이후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중학교 수포자들을 관찰해보면 여기서부터 고전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생 개인의 수학 실력에 대한 객관적 지표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선행을 진행하는 경우,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선호 교사는 “초1~2 때는 덧셈과 뺄셈을 잘하는 수준을 놓고 잘한다고 여기지만, 객관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다 어려운 개념이 나오는 4학년 때부터 1학기 이상 진도를 놓치면 수학 시간 내내 알아듣지 못하는 단계가 된다”며 “적어도 초등시기에는 무리한 선행보다는 한 학기가 끝날 즈음인 방학 직전, 문제집으로 기말고사처럼 자녀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복습해야 할지, 다음 학기 예습을 해야 할지 결정해 진도를 나가야 자녀가 수학을 거부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산력·사고력·문제해결력

윤주형 교사는 책에서 초3~초5를 수학 격차를 만드는 결정적 시기로 보고 수학주도력, 문제해결력, 연산력을 강조했다. 수학주도력은 말 그대로 의지적으로 수학을 해 나갈 수 있는 힘이며, 아이 스스로 키울 수 없으므로 부모가 ‘내 아이의 장기 계획’을 짜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만큼 가정에서의 수학 학습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부모가 문제집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몇 분 동안 할 것인지, 어떤 강의를 들을 것인지 등의 방법까지 계획에서 정한 뒤 아이에게 맞게 수정해 실천해나가도록 격려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수학주도력이 길러질 수 있다.

윤 교사는 “장기 계획 속 체크리스트에 기록하며 느끼는 성취감, (누군가가 골라둔) 본인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정복하며 느끼는 자신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기록하며 자신에게 당근을 (받아본 경험에서 비롯된) 주는 힘 등이 모여 수학주도력을 만든다”며 “이를 위해 부모가 가정에서 알맞은 교재와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해결력과 연산력은 문제를 푸는 과정을 거치며 향상된다. 예부터 전문가들이 수학 잘하는 비결로 ‘문제풀이’를 강조한 이유다. 특히 초등 때 수학은 수학 점수가 자녀의 실력이라고 볼 수 없고, 점수도 중요하지 않다. 무리한 선행학습보다는 교과서 진도에 맞춘 개념 학습과 복습을 통해서 문제해결력과 연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최우성 장학사는 “자녀와 함께 서점에 가서 수학 문제집을 고른 뒤 학습계획표를 만들어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어 매일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며 “1년 정도 꾸준히 쉬운 문제부터 어려운 문제까지 풀면, 연산력과 문제해결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윤주형 교사는 “문제풀이 전 준비단계인 개념 학습은 독학, 학교, 학원, 인터넷 강의 등으로도 가능한 것이지만, 문제풀이에서 필요한 문제해결력과 연산력은 반드시 혼자 고민하는 시간과 몸에 체화하는 훈련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며 “문제에 집중하는 시스템, 오답 활용, 그리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필요한 매일 연산연습과 집중훈련은 집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선호 교사는 “수학을 잘하려면 연산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계산기를 쓰듯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어야 한다”며 “덧셈·뺄셈·곱셈·나눗셈 문제는 매일 한쪽 이상 습관적으로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해결력과 연산력은 문제를 푸는 과정을 거치며 향상된다. 예부터 전문가들이 수학 잘하는 비결로 ‘문제풀이’를 강조한 이유다. 특히 초등 때 수학은 수학 점수가 자녀의 실력이라고 볼 수 없고, 점수도 중요하지 않다. 무리한 선행학습보다는 교과서 진도에 맞춘 개념 학습과 복습을 통해서 문제해결력과 연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문제해결력과 연산력은 문제를 푸는 과정을 거치며 향상된다. 예부터 전문가들이 수학 잘하는 비결로 ‘문제풀이’를 강조한 이유다. 특히 초등 때 수학은 수학 점수가 자녀의 실력이라고 볼 수 없고, 점수도 중요하지 않다. 무리한 선행학습보다는 교과서 진도에 맞춘 개념 학습과 복습을 통해서 문제해결력과 연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성취감·자신감 얻게 하려면

아이가 ‘나는 수학을 잘한다’라는 마음을 갖게 하려면 성공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소소한 성공 경험은 수학에서의 성취감과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윤주형 교사는 “중학교에서 ‘본인이 수학을 잘한다’고 느끼는, 실제로 잘하는 아이들은 모두 자신에게 맞는 수준과 방법으로 공부해 왔고, 자신이 정복할 만한 문제로 끊임없이 노력해 왔기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고 흥미를 느꼈다”며 “결론적으로 성취감, 자신감을 얻기 위해 초등에서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수준에 잘 맞는, 그리고 손톱만큼 더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도전거리(문제)를 제공해 성공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우성 장학사는 “어떤 단원에서 막히는지, 어떤 단원을 싫어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며 “자녀의 진단을 토대로 문제를 풀리면 작은 성취감이 쌓일 수 있는데, 내가 모를 때 바로 알려줄 수 있는 멘토가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면 자녀가 수학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선호 교사는 “개념은 읽고, 문제풀이는 외우는 방식으로 가니까 흥미를 잃고 어려운 수학 문제가 나오면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이라며 “개념은 외우고, 문제를 풀 때는 사고해서 풀도록 개념 암기→기본문제→심화문제 순으로 학습해 흥미와 자신감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의 개념을 잘 외우려면 어휘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부모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화 및 서술형 문제 출제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므로 하루 30분 독서 습관을 통해 개념,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우성 장학사도 “한글, 문해력, 문장 이해력에 대한 조기 교육을 간과하기 쉬운데 수학교육에서도 국어는 중요하다”며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융합문제,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이렇게 실천하라

현재 우리 아이의 수학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문제집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단원으로 넘어갈 때는 60~80점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점수가 그에 못 미치면 복습을 해서 끌어올리도록 해야 한다. 김선호 교사는 “개인적으로는 80점 이상이 됐을 때,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거나 심화 문제에 도전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수학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문제를 푸는 습관이 중요한데, 매일 2쪽씩 개념 문제집을 풀어도 3개월이면 책 한 권이 끝나 저절로 선행학습이 이뤄진다”며 “이후에 심화 문제를 풀 수도 있고 다음 단원이나 다음 학기를 선행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건 가정 등에서 매일 정해진 분량을 푸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주형 교사는 △전체 로드맵에 맞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아이가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할 것 △학원 및 학교 수업의 한 단원 전에 진도를 맞춰 매일 10~20문제의 연산문제집을 풀 것 △방학, 주말 등의 기간에는 꼭 필요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체화시키는 훈련을 할 것 △무조건 집이나 학원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향에 맞게 진행할 것 등의 네 가지를 주문했다. 그는 “부모가 주 2회 이상은 아이의 진도와 오답 등을 확인하고, 숙제하는 과정에서 함께 앉아 충분히 생각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행은 자녀 역량 고려

최근 들어 대입을 목표로 취학 전부터 자녀의 수학 사교육에 올인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강남 등에서는 초등학교 때 중·고교 과정을 끝내거나, 중학생 때 미적분 과정을 선행하기도 한다. 선행은 얼마나 해야 할까.

최우성 장학사는 “과도한 선행이 아이를 지치게 하고, 망치는 부분도 있으므로 아이가 진짜로 따라갈 수 있는 정도만 하면 된다”며 “미리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학교 수업에 집중하게 하려면 6개월 선행이 적당하나, 아이가 흥미를 느낀다면 1년 정도도 가능하다. 선행 대신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하면서 성취감, 만족감,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주형 교사는 “아이의 선행 속도가 빠르다면 더 높은 수준의 심화를 추가해서 한 학기 정도로 제 학년과의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진짜 수준 높은 심화도 빠르게 소화해 낸다면 아이의 속도에 맞게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호 교사는 “수학은 나선형 교육과정의 대표적 모델로 1단계-2단계-3단계 등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과목이며, 초등생이라면 선행에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개월, 1년, 2년 등의 선행 기간은 의미가 없으며, 우리 아이가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으면 하는 것”이라며 “불안한 마음에 아이의 수준을 뛰어넘어 1단계가 아닌 2단계로 가거나 무리한 선행을 하면 거의 100% 실패하므로, 현재 자녀의 수준을 파악해 그 단계부터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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