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 5급 사무관이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해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왕의 디엔에이(DNA)가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좋게 돌려서 말하라’는 등의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해당 사무관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대전시교육청에 직위해제를 요청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교조)은 10일 세종시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 ㄱ씨가 담임교사 ㄴ씨를 상대로 항의를 이어가다 지난해 11월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해 ㄴ씨가 직위 해제됐다는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세종시교육청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자 ㄴ씨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사는 올해 5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초교조는 전했다.
이날 초교조는 학부모 ㄱ씨가 담임교사에게 보냈다는 편지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자신의 자녀를 지도할 때 지켜야 할 사항들이 정리돼 있다. ‘하지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하지 말라’, ‘또래와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 ‘지시, 명령투보다는 권유, 부탁의 어조를 사용해달라. 왕의 디엔에이(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고개 숙여 인사를 강요하지 않도록 하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초교조는 ㄱ씨가 아동학대 신고를 할 당시 교육부 5급 사무관이었으며 지난 3월 인사발령으로 대전 한 학교의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늦은 밤 초교조 주장에 대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는 설명자료를 내어 “현재 조사반을 편성하고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대상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전시교육청에 조사개시를 통보하고 직위해제를 요청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초교조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교육부 공무원 출신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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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5급 사무관 출신 학부모가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 전국초등교사노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