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재량휴업에 들어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제를 앞두고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숨진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대규모 집회를 두고 교육 현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서초구 교사 사건에 이어 경기 고양과 전북 군산에서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들이 사망한 사건에 공분하며 연가·병가를 내고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나, 집단행동을 위한 연가·병가나 재량휴업은 위법이라는 교육부 방침에 교육 당국과 교사들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교육부가 3일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30곳(1일 오후 5시 기준)이 4일 재량휴업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17곳에서 갑절쯤 늘어난 수치다. 당일 연가나 병가를 내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기로 한 교사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
교사들은 이날 대규모 집회를 예정했다.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교사 모임은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서울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한겨레에 “주최 쪽 추산 1만~2만명 정도가 이날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다른 광역 시·도에서도 교원단체나 교사들이 주최하는 집회가 동시다발로 계획돼 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교육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운영진 주도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주최 쪽 추산 30만명이 모여 숨진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에서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7차 집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참여 교사들은 동료 교사들이 잇따라 숨지는데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는 교육부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날 병가를 쓸 계획인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편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한다”며 “동료들의 비극적 죽음에 교사들의 정신적 충격이 큰데, 보여주기식 대책을 내놓고 교사들의 움직임을 위법하다고 말하는 교육부가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재량휴업이 아니더라도 학교 쪽이 집회 참여를 허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지역의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수업을 하고 조퇴를 낼 계획”이라며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절반 이상 교사가 병가를 내는 곳도 있다. 일부 교장·교감 선생님들은 교사들의 뜻을 받아들이고 ‘공무 상신할 계획이 있는 교사는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낮 시간 연가·병가·재량휴업 등으로 학교를 떠나는 것은 위법하다며 최대 파면이나 해임 등 엄중히 조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교육부는 이날 집단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책반 가동에 들어갔다. 교사들의 연가와 병가 규모 등 우회파업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교사 공백이 생긴 학교에 긴급 돌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호소문을 내어 “선생님들께서는 우리 학생들 곁에서 학교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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