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일인 4일 세종시 한 초등학교에 현수막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정년 1년을 남겨둔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체육 교사가 숨진 가운데, 교사들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4일 성명을 내고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를 하루 앞둔 3일 용인의 고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면서 “교사 유족 쪽은 ‘최근 학부모 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다시 들려온 비보에 억장이 무너진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대응반을 구성해 특별감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학부모의 민원 절차, 학교 대응 및 지원 여부 등 교사의 직무와 사망과의 관련성을 조사해 달라”며 “이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학교 체계, 우리 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오전 10시35분께 성남시 분당구 청계산 등산로 초입 인근 야산에서 용인시 한 고등학교 체육교사 ㄱ(6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의 소지품에서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도 발견됐다.
그는 최근 학부모로부터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체육 수업 시간에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한 학생이 축구공에 맞아 다쳤는데, 과실을 따지는 과정에서 해당 학생의 부모가 ㄱ씨를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의 유족도 경찰에서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교사와 관련한 고소 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한편,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해당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지원도 검토 중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사고로, 현재 용인교육지원청에서 해당 학교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고 경위 및 경과 등을 파악 중”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이 파악된 뒤 도교육청 차원의 대응 여부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분당경찰서도 이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숨진 ㄱ씨의 휴대전화 안에 담긴 통화기록 및 사진·문서자료 등을 바탕으로 ㄱ씨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해 살펴볼 예정이다. 또 ㄱ씨가 근무한 학교의 교사 등 관계자와 일정을 조율해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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